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전력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전기료 인상 및 한전 부채 원인을 두고 대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구입비용 증가가 부채 증가의 주 원인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핵발전 확대가 아닌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요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부채 증가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핵 정책 때문이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19일 국정감사장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에게 "업무수행계획서에 보면, (한전 위기의 원인을) '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으로 진단했다"며 "한전 부채는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가장 크게, 40조 원 증가한다. 같은 기간 원전 발전 이용률이 줄었나. 줄지 않았다(19.8%→21.6%)"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같은 기간) 에너지 구입 금액을 보면, LNG가 18조 4700억 원, 석탄이 10조 6000억 원, 신재생에너지가 5조 원 늘었다"며 "무리한 탈원전,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구입비용이 늘어나 한전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탈원전만으로 한전의 위기가 왔다는 뜻이 아니라 탈원전도 일정 부분 (원인)이라는 뜻"이라고 반박하자 정 의원은 "업무수행계획서에 (탈원전이) 1번으로 나온다. (한전 위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온다. 이런 왜곡된 사실로 200조 부채를 해결할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윤석열 정부 들어 한전 부채가 35조 5000억 원 늘었다. 이 문제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선 구조조정, 후 요금조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전 사장은 선 요금 정상화와 구조조정 병행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왜 정부가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그러나 (산자부 장관의 말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전 스스로도 일정 정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전기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저도 판단된다"면서도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전기요금을 한 번도 안 올리다 대선에 지고 난 다음에 딱 한 번 올렸다. 전력 정책을 엉터리로 끌고 가니까 한전 적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재무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 정부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이어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기 때문에 인상하시기 전에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소위 전력 카르텔 혁파 이것을 해주셔야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도 "민주당 의원님들은 국제유가 영향이 컸다는 말도 하시는데 일부 맞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LNG 가격 같은 것이 급등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해 원전 대신 LNG로 발전한 비싼 전기를 한전에서 사다 보니 그런(적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단계적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체계를 마련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간에는 지난 9월 이뤄진 김 사장 임명의 적절성과 자질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감 시작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김 사장은 한전 전문가도 아니며 한전 창립 후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로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한전 사장 자리에) 앉아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김 사장이 과거 국회 산자위원장을 지낸 점을 언급하며 "이런 분을 전문성이 없다고 하면 이 자리 위원 모두가 전문성 없는 무지한 사람이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김 사장의 과거 의정활동 이력을 놓고 "'탈원전이라는 국가에너지정책의 궁극적 방향에 동의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기조에도 이견이 없다'는 말씀하신 것 기억하나. 2017년 사장님이 국민의당 원내대표일 때 교섭단체 연설하면서 하신 말씀"이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태도가 변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한수원 소관인 고리1호기 등 폐로 문제와 관련 "고리 1호기 및 월성 1호기의 해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냉각수를 해양방류하겠다는 한수원의 해체계획은 우리 법에 근거 없는 위법한 행위"라며 "(해양) 배출 외 다른 대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놓고 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국내 발전 6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부터 7년간 발전사가 지급해야 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입 비용이 3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실상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포기 수순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신재생에너지를 권력형 비리 카르텔로 규정한 대가"라고 우려했다. 김용민 의원도 보도자료에서 "발전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액을 5년간 2.9조 감축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는 감축사유로 재정 건전화를 들고 있으나, 원전 투자액은 오히려 늘어 재정을 핑계로 문재인 정부 시절 계획한 신재생사업을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고, 김병욱 의원은 운영 연장 기한을 놓친 고리 2호기가 10월 5일까지 506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을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한수원이 전남 신안군 비금도 염전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며 800억 원 규모의 운영관리(O&M)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민간업체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며 "석연치 않은 점이 보인다. 결국 공사와 운영관리를 모두 맡은 민간업체가 사업비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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