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당내에서는 인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출범해 혁신안을 냈지만 당내에서 무시에 가까운 반응이 나왔던 '최재형 혁신위'의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위원장으로 인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며 "대한민국 특별귀화자 1호 인 교수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으며 한국에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 온 가문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며,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며 "지난 8월 우리 당 모임에 발제자로 오셔서 정곡을 찌르며 가감없는 쓴소리를 전해줬다. 오늘날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로 타협의 부재, 배타적 줄세우기, 상대에 대한 혐오와 배제 문화 등 현실정치 민낯에 대해 뼈아픈 고언을 하셨다"고 했다. 그는 "정치 개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를 갖고 계신 만큼 우리 당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인 교수가 최적의 처방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질 혁신위는 그 위원회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기한 등 제반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그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어떤 제한을 가하는 조건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접촉한 분들 모두에게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다만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공천 관련 권한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혁신, 인재 영입, 공천은 다소 구분돼야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범위와 역할을 다 열어놓고 전권을 주기로 했으니, 인 위원장께서도 의견이 있을 것이고 제안하신다면 충분히 범위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혁신을 위한 전권", "혁신, 인재 영입, 공천은 다소 구분돼야 맞지 않나" 등 김 대표와 박 대변인의 말을 보면,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당내 권력구도의 핵심인 공천 관련 권한을 부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여권에서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의 추천 인사가 아닌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박 대변인은 "그렇게 오해할 일 전혀 없다. 인사에 관해 검토를 시작할 때 실무자도 포함된 자리에서 브레인스토밍하는 자리에서 나왔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누차 반복된 허울뿐인 혁신위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재형 혁신위' 부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 교수 인선에 대해 "잘 된 인사 같다"며 "사회봉사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 그 가문이시고 본인은 전라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시는 호남 출신이시고 그래서 국민 통합에 대한 열의가 누구보다도 강한 분이고 정당 일도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다만 '비대위가 전권을 갖고 일할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당 대표, 당 지도부도 있고 그 다음에 혁신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며 "인 교수도 위원장을 맡게 되면 '내 의지대로 당을 운영하겠다. 좌지우지하겠다' 이런 요구를 하실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당 혁신이라는 분야에서 전권에 준하는 재량을 드려야 된다"고 답했다. '최재형 혁신위의 혁신안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그 혁신위처럼 되면 안 된다"며 "(혁신안을) 채택하든 안 하든 의원총회라든가 이런 데 회부해 토론하고 전체를 받아들이든 일부를 받아들이든 하는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보고만 받고 사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만 받으면 혁신위가 아니라 자문위다. 참고사항으로만 취급하는 혁신위는 만들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최재형 혁신위' 혁신위원이었던 비윤계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인 교수 인선에 대해 "순천 출신이시고, 저랑도 나름 잘 아는 사이고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카드"라면서도 "문제는 정당 내부를 혁신하는 데 있어서 그 정도 전문성과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은 지켜봐야 되는 부분이고 자칫 잘못하면 '김은경 혁신위'처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안을 내도 수용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취지의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제가 당한 것 아닌가"라며 "최재형 위원장이랑 열심히 혁신안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혁신위를 출범시킨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힘이 있어 혁신안을 밀어붙여서 당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그 지도부가 너무 위태롭거나 당 자체가 굉장히 큰 위기감에 사로잡혀 우리가 정말 뼈를 깎는 자기희생을 안 하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야 한다"며 "김 대표 체제는 첫 번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고 임명직만 살짝 교체하고, 그것도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보면 아직 당내 위기의식이 그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 교수의 정치권 이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것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전공인 의료 분야에 대해 영리병원 도입, 국민건강보험 축소 및 민간의료보험 확대 등을 주장했었다는 점 때문에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