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감, 단연 화제는 가계부채 문제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넘어버릴 정도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한은 국감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관한 대책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으로부터 금융 안정 문제가 발생했다(따라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며 "그런데 문제는 저희가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면 과연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어 "물가 상승세가 계속 강했다면 저희가 (기준금리를) 더 올렸겠지만, 최근 들어 물가가(근원물가상승률이) 3%대가 됐기 때문에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지난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정부가) 완화한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먼저 하고(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저희는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는 걸 통화정책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다만 그로 인해(집값 인상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건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부연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도 나왔다. 이에 관해 이 총재는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차주 비중이 낮다"며 "(한은이) 정책당국과 단기적으로 이 규제에 해당하는 가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서 그것이(DSR 규제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어느 정도 막는지 본 후, 그 다음에 거시정책 추가 대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만일 제가 가계부채를 해결해야 한다면 (정부의) 마이크로 규제 정책으로 증가속도를 떨어뜨리고, GDP를 키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들도록 하는 게 가장 코스트가 낮은 방법"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대처할 수는 있지만 코스트가 아주 크다"고 전했다.한은 금리 동결, 앞으로 상황 보고 판단해 달라
한은이 장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 조치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주로 비판이, 여당에서는 옹호가 이어졌다. 이에 관해 이 총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너무 일찍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한은의 역할로) 물가만 볼 거냐, 금융안정도 같이 볼 거냐에 관한 측면이 있다"며 "만일 제가 나중에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이 잘못됐다는)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총재가 여러 차례에 걸쳐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함을 경고한 반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나타나는 데서 정책 엇박자가 나는 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총재는 그러나 "정부와 한은 간 생각의 차이가 나는 건 아니"라며 "정부도 가계부채 규모가 더 커지면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 조절 속도와 관련해 정부와 저희가 예상하는 속도가 있는데 그것보다 커지면(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면) 금리를 조절하는, 상황에 따라 정책강도를 바꿔갈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 현재 경기침체기"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이 총재는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만큼 경기 침체기인 건 맞다"고 확언했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큰데,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로 인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요구가 큰 상황에서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건 아니냐는 지적도 기재위에서 나왔다. 이에 관해 이 총재는 "현재 한은이 스탠스를 잡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통화정책을 쓸 수 없어서가 아니라, 물가 불확실성이 커서"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어 "앞으로 물가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른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동원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예상대로 물가 상승세가 떨어지면 기준금리를 조심스럽게 올리거나 (당장은 올리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높게 가져가서 부채 문제가 줄어들도록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 총재는 해당 '불확실성'에 관해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질서 있게 정리하고 싶은데 답답한 건 한동안 물가가 잡혀가다가 최근 다시 유가가 올라가고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우리의 초이스를 많이 줄이고 있다"며 "하마스 사태에 따라 유가가 크게 변동한다면 어느 쪽으로 갈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로 명확한 학문적 기준이 없는 2%를 고집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기준금리 목표를 예전 2.5~3.5% 수준으로 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냐는 소리다. 이에 관해 이 총재는 "현 상황, 즉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목표치를 바꾸면 그 자체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한다"며 "이론적 뒷받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경험을 보면 물가상승률이 2% 밑이면 일반인이 물가를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경향이 있고 5%를 넘어가면 증폭적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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