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긴축재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657조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통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며 예산안 확정을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 지출 조정을 했다"면서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건전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고, 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정 건전화 노력을 꼽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고금리, 고물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등 대내외적 경제 환경을 언급하며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3/4분기 GDP 성장률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작년 말과 금년 초의 전망대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확대되고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돼 주요국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방산 등다양한 품목의 수출이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최근의 회복세가 더욱 힘을 받도록 수출 및 투자 확대 노력을 강화하고, 내수 회복에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선별복지 기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생계급여 지급액을 4인 가구 기준 162만 원에서 183만4000원으로, 21만3000원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애 정도가 심한 발달 장애인에 1:1 전담 서비스 제공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한 지급 수당 매월 10만 원씩, 25% 인상 △총 12만 명 소상공인들 대상 저리 융자 및 연간 최대 500만 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치안 분야에 관해선 "'묻지마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치안 중심으로 개편하고, 이에 맞게 경찰 예산도 치안 역량을 제고하는 데 중점 배정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군 장병 후생을 위해 초급간부의 단기복무장려금 인상하고 "병 봉급은 내년도에 35만 원을 인상해 2025년까지 '병 봉급 205만 원'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개발원조 ODA 예산 규모를 6조5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AI,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에 4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공급망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광물의 공공 비축도 늘리겠다"고 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R&D 예산 감축과 관련해선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에는 첨단 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자금 여력 부족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기술 개발 분야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의 딥테크 분야에 대한 R&D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된 3조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맹탕' 연금개혁 논란에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 간의 국정운영을 돌아보며 "시장 중심으로의 경제 체질 개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 정책을 펼쳐왔다"고 자평했다. 특히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개혁)에도 힘껏 매진해 왔다"면서 최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가 빠진 방안을 내놓아 '맹탕' 논란이 일고 있는 연금 개혁 방안에 관한 설명에 비중을 뒀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으며,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여론조사도 꼼꼼하게 실시했다"면서 "이렇게 마련한 방대한 데이터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포함하여 연금제도 구조개혁을 위해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근로자 전체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면서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히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와 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양대노총의 회계공시 결정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이러한 결정이 도출되는 데 수고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이번 회계 공시를 계기로 투명하고 신뢰받는 노동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노사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년의 미래를 위한 노동개혁에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개방성에 기반한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수십 년간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고 공정 입시를 실현해 누구나 공평하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자평했다. 안보분야에 관해선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을 가동해 동맹의 확장억제력 수준을 격상시켰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안보, 경제, 첨단 기술, 정보, 문화를 망라한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을 구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에서 긴밀히 작동하는 한미 경제 안보 협력 메커니즘은 우리의 위기 관리 능력을 더욱 튼튼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관계 개선 기조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일본은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를 해제하였고, 한일 간에 화이트 리스트가 복원됐으며 통화 스와프도 재개됐다"면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구축한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3국 간 첨단 기술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인태지역과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전략적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한중 관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9월, 각각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를 만나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서로 확인했다"면서 "중국과 호혜적인 협력을 지속하면서, 양국 기업과 국민들이 더 많은 교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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