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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가정의 가장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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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가정의 가장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쿠피 리포트] 협동조합과 사람 ①
기술발전으로 플랫폼이 확산되고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안착되면서, 플랫폼 노동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한국 일자리위원회 '플랫폼노동과 일자리TF'에서 각각 정의한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것부터 최종적인 지불까지 모두 플랫폼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기술진보와 혁신으로 탄생한 플랫폼에 왜 굳이 노동자를 등장시켜 고민을 시작해야 할까? 노동의 문제는 늘 있었던 것인데 플랫폼 노동자라고 해서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챙기나요?"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이사장이자 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플랫폼 노동자 지원 사업계획서를 심사하는 평가자들 앞에서 던진 질문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이 질문으로 모든 것을 시작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산업안전을 사업주를 통해 관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준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감독한다. 그런데 플랫폼 산업에서는 이 사업주가 없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책무를 가진 사업자가 없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생기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에 대한 책무를 회피할 수 있다. 일하다가 다치고, 병을 얻어 일하지 못할 때,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책임지고 회복 기간을 기다려 주고 지원해주는 사업주는 사실상 없다. 코로나19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근무내역을 알려주는 회사도 없어 많은 대리운전자들이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사업주는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켜 직장에서 근무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이 역시도 허락되지 않는다. 대리운전자가 첫 콜(호출)을 잡는 방법, 콜을 잡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이동하는 방법, 정산하는 방법 등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직무교육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을 통해 대리운전자가 자신들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다른 앱(어플리케이션)보다 자신들의 앱에 의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모든 것이 플랫폼 기업이 책무를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없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라고도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책무가 법적으로 없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신들이 만든 정보시스템에 이용자들의 활동으로 남겨진 데이터들을 수집, 저장,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기업은 이 데이터를 최대한 잘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면 되는 일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

반면, 플랫폼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지게 된다. 저녁에 친구와 술 한잔하고 집에 귀가할 때, 대리기사님이 없으면 음주운전의 유혹에 더 쉽게 노출된다. 집에서 편안하게 구매한 음식을 전달받는 것도 배달기사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플랫폼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고 우리의 안전을 맡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건강하게 일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 또한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업주가 챙기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 개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혼자 일한다는 것.

"우리가 생각보다 샤이(shy)해요. 몇 번을 고민해야 교육에 나올 수 있어요"

보통 직무교육을 하면, 신청자의 절반이 실제 교육에 참석한다. 서너 번 이상을 신청하다가 대여섯 번째 신청했을 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지만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여러 번의 고민 끝에 교육에 나온다. 그리고 그중 아주 적은 인원이 자조모임에 참여한다. 그러나 자조모임에 몇 번 참여하다 보면, '대체 내가 이걸 왜 안 했지, 왜 몰랐지?' 생각한다. 어떤 기사님은 그동안 냈던 월 조합비(노동조합)가 아까웠는데, 멘토링하고 나서 그 생각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멘토링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수입이 늘었고, 일하는 시간이 줄었으며, 처음 가보는 동네에 떨어져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생각해 보자. 대리운전자들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하루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특히 수면 내시경을 하면 이틀까지도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해주는 정기 건강검진 항목 이외 항목은 거의 받지 않는다. 하루 종일 울려대는 각종 메시지에 '무료 건강검진' 메시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혁신형 협동조합 모델 발굴 및 프랜차이즈 지원사업'으로 직무교육, 자조모임, 건강검진을 묶어 협동조합이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보건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대리운전자들은 동료와 만날 수 있는 자조모임을 통해 무료 건강검진 안내를 받고 '아, 꼭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인지해야 신청한다. 동료가 옆에서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해. 이거 괜찮아'라고 말해주면 망설임은 없어진다. 또한, 야간 노동자들에게 취약한 뇌혈관, 심혈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위험성도 대부분의 대리운전자들은 모르고 있다. 건강검진으로 초기에 잡을 수 있지만 때를 놓쳐 병을 키우게 된다.

"우리는 뒷자석에 한 가정의 가장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각, 누군가의 늦은 귀갓길을 데려다주고 난 대리운전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없다. 게다가 그곳이 베드타운이라면, 상업지구는 멀고, 다음 콜을 타기 위해서 이동해야한다면, 혹은 첫차가 나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한다면, 대리운전자들은 걷거나, 불법 셔틀 혹은 '택틀(택시셔틀)'에 몸을 맡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운행하다가 2022년부터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심야 이동형 쉼터에서는 대리운전자들이 쪽잠이라도 잘 수 있게 차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끔 승하차시 수면안대나 LED 안전밴드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하면서 대리운전자 스스로도 건강과 안전을 챙길 수 있도록 안내할 뿐이다. 신규 셔틀 기사들을 채용하고 교육하면서 기존 셔틀 기사들은 반복해서 말한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 대리운전기사를 위한 심야 이동형 '쉼터' 차량. 지난해 11월부터 공공형 심야 이동형 쉼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올해 하반기 고용노동부 '플랫폼종사자 일터개선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대리운전기사를 위한 심야 이동형 쉼터 차량을 마련, 지난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발차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플랫폼노동자조직

나의 명함에는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적혀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명함에는 '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이 적혀있다. 우리는 같이 일한다. 가능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역할은 플랫폼 노동자인 대리운전자를 챙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든 우리는 대리운전자를 사람으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의 삶을 챙긴다. 심야 이동을 함께하고, 건강에 관심을 두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돕는다. 경우에 따라 필요한 법인격이 다르고, 결합된 힘이 다르다. 결합된 노동자의 힘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못한다. 특히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노동자라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플랫폼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혼자 일하고, 일정하게 일하는 공간이 없다. 출근, 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모든 것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의 출퇴근을 결정하는 것은 내 손 안에 쥐어진 작은 모바일에 뜨는 콜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게 나를 옥죄는 것이다. 이 모바일 때문에 내가 다른 노동자와 관계 맺을 필요가 없게 만든다. 늦은 밤 나처럼 콜을 기다리는 옆의 대리기사는 좋은 콜을 나보다 먼저 가져갈 수 있는 경쟁자이다.
▲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먹통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등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먹통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협동조합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면서 필요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조직 운영에 필요한 언어를 하나씩 배운다. 현장의 언어를 다시 외부로 내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협동조합은 사업을 통해 생존해야하고, 살림도 걱정해야한다. 또한 우리와 함께 뜻을 나누고 일할 사람도 찾아야 한다. 유럽의 노동자협동조합이 노동자인수기업으로 시작된 것과 달리, 우리는 인수할 기업이 없이 처음부터 기업을 만들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모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자조직은 단순히 노동자 대변 조직이 아니다. 플랫폼에서 플랫폼 기업이 그다지 관심두지 않는 실제 고객과 대면하는 과정, 그리고 대면 서비스의 품질을 책임지는 플랫폼 노동자를 챙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공급이다. 플랫폼 이용자(소비자)의 만족은 플랫폼 사용과 실제 서비스의 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을 챙기는 것, 플랫폼노동자조직인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하는 역할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간단한 대답을 화려한 혁신의 문구 속에 감춰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글을 쓴 조수미 박사는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쿠피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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