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잠시 달콤할진 몰라도 독이 되는 일들을 자꾸 벌이면 그 역시도 국정 실패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이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금지에 이어 일회용품 규제 완화 등 총선을 겨냥한 정책이슈로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데 대해 연일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요즘 정부·여당이 좀 바쁜것 같다. 시쳇말로 당황한 것 아닌가"라며 "어제는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하지 않겠다,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소동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은 진지해야 한다. 미래를 바라보고 국민의 삶,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밀하게 검토하고 자신의 정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회용품 규제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지속 추진해야 할 환경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농사지을 씨앗을 삶아먹는 농부는 없고, 아무리 추워도 초가집 지붕을 뜯어서 모닥불 때는 사람은 없다"며 "116년 만에 11월 기온이 30도로 올랐다가 한 주 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 안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IRA법을 도입했고, 프랑스 또한 이에 대응해 탄소배출량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탄소녹색산업교육을 도입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렵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국민의 합의로 만들어낸 중요한 정책을 그야말로 포퓰리즘적으로 조변석개하듯 뜯어고치는 일들이 최근에 자주 발생한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정부·여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 파괴를 방지한다며 2021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제한해 왔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부터 과태료 부과가 예정되어 있어 소비자들은 텀블러 이용을 확대하고, 소상공인들도 재사용이 가능한 컵등을 권장하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전날 돌연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식당·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계도 기간을 연장해 한동안 단속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규제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임상준 환경부 차관)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치권·시민사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민심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성향 <조선일보>도 이날자 사설에서 "이번 일회용품 금지 철회는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처럼 총선용 대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총선용 정책을 펴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일회용컵 금지 철회처럼 모처럼 좋은 방향으로 가는 일을 뒤집는 것은 후자"라고 비판했고, <동아일보> 사설에도 "자영업자들을 의식한 ‘총선용 선심 조치’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할 환경정책을 그때그때 상황에 휘둘려 오락가락하는 것은 미래 세대 앞에서 특히 부끄러운 일"이라는 비판이 실렸다. 이 대표는 역시 여권이 추진 중인 '김포시 서울 편입'에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며 "조금씩 조금씩 확장하다 보면 결국 제주도 빼고 전부 서울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딘가에는 경계가 있기 마련이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행정구역 문제를 즉흥적으로 '표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마구 던지듯이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의 '정책의제 공세'에 대해 "선거에 급하다고 정략적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이 대표, 지난 6일 최고위)고 하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포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추진해온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국민의힘의 얄팍한 총선 전략을 위해 파기할 수는 없다"고, 공매도 금지 조처에 대해 "총선이 채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정부·여당이 제도 개선이나 개인 투자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표 없이 간보기식 던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는 "야당이 찬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이낙연 전 총리), "여당에 끌려가고 있다"(박용진 의원), "강서 보궐선거 이기고 조금 느슨해졌다고 할까, 절박함이 안 보인다"(최재성 전 정무수석), "그냥 가만히 감나무 아래 입 벌리고 있으면 떨어질 것이라는 모습"(조응천 의원)이라고 하는 등 현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대응과 관련, 지난 6일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이날에는 이재명 대표가 당 '인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인재 영입과 당내 인재 육성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미래에 필요한 실재적인 인재풀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소득격차 심화, 불평등 확대, 저출생·고령화시대, 국토 균형발전 등 핵심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대안을 만들 각계 인사들이 민주당과 22대 국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과거 인재위원회는 주로 외부·신진인사 영입에 주력했지만, 이번에는 당 내부 인재와 당무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포함해 발탁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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