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금태섭·이준석 별 이견 없어…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
이날 금·이 두 사람의 회동에 다리를 놓은 김 전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잘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그 사람들이 지금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똑같지 않느냐"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데 뭐 따로따로 할 게 없으니까 한 번 서로 협업을 해서 하나로 가 보자, 이런 취지의 만남"이라고 이날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는 별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다 합리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두 사람이 신당을 함께한다면 여기에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선 "비명계는 자기네들의 필요에 따라서 어디로 가든지 가는 것"이라며 "비명계라는 사람들은 민주당에 있으면 공천이 어려울 것 같으니까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공천이 보장된다면 민주당에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이준석 "琴과 '젠더 이슈' 관점 완전히 달라…장혜영·류호정, 함께하려면 페미니스트 아젠다 결단 내려야"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회동 후 기독교방송(CBS) 유튜브 방송에 나와 "금 위원장과 정치개혁을 주제로 진지하게 얘기할 기회"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금 위원장이 개혁적인 분이 맞지만 공개 발언을 보면 저랑 지향점이 다른 부분이 있다. (다만) 다른 점에 대해 오늘 얘기하진 않았고, 정치개혁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금 위원장과 의견일치를 본 부분에 대해 "신당이 나중에 어딘가와 합쳐서 갈 게 아니라 수권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저와 일치했다"며 "(신당을 같이할)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의 이견을 오늘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그는 다만 "금 위원장은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지난 2021년 너무 큰 화두가 '젠더 이슈'(이 전 대표의 표현. 성평등·여성차별 문제를 의미한다. 편집자)이니까, 거기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금 위원장은) 여성할당제를 지지하는 입장이고, 그건 저랑 완벽하게 정책적으로 다른 점"이라며 "오늘은 그 얘기는 안 했다. 진짜 뭘 같이하기로 하면 그 다음에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토론을 하면 어느 게 옳은지 가려질 것"이라며 "그러면 제가 가진 입장보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동할 수 있겠다"라면서도 "대단한 이동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꼭 이 문제만 있겠나. 하다못해 통일에 대한 관점이라든지, 사법·검찰 제도에 대한 의견은 제가 오히려 약하니까 대화하다 보면 제가 금 위원장 의견을 좇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금 위원장과 함께 '금요연석회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의당 내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공동운영위원장 류호정·장혜영·조성주)에 대해서는 그러나 "(함께하려면) 오히려 페미니스트 아젠다에 대해 저랑 생각이 안 맞는 것에 대해 그 분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적어도 저는 제 생각을 굳건히 가지고 간다"고 했다. 그는 "결단이라 함은, 페미니스트 아젠다는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저는 여성의 사회진출 연령을 줄여서 사회 내에서 일과 결혼 중에 선택해야 하는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건 제 정책이고 이런 걸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여자라서 죽었다' 이런 말 하는 순간 전 할 말이 없다. '여자라서 죽었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이러면 '어쩌라고요' 이렇게밖에 못 한다"고 자신의 관점을 고수했다.금태섭 "생각 다른 것 많지만 토론하며 한 발 나가는 게 좋은 정치"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여자라서 죽었다'는 강남역 사건 당시 여성 대상 무차별 범죄에 분노한 여성계와 시민들의 구호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2021년 '페미니즘 백래시' 때부터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일부 20대 남성들에 소구하는 안티-페미니즘적 메시지를 꾸준히 내왔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5월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며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언급을 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서도 그는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이라고 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문제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대선 당시 성범죄 엄벌주의를 주장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씨가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되자 이 전 대표(당시 현직 당대표)는 이를 집요하게 반대해 결국 무산시켰다.장혜영 의원은 전날 SNS에 쓴 글에서, 최근 이 전 대표가 자신이 추구하는 신당의 스펙트럼 안에 '노회찬 정치'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성별 갈라치고, 장애와 비장애를 갈라치고, 이제는 노회찬 의원의 정치까지 갈라치려 드는 그 모습은 조금도 노회찬 의원의 정치와 닮지 않았다"며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본인이 일삼아온 여성혐오, 장애혐오 정치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김기현도 장혜영도 '이준석 비판' 한목소리, 공통 키워드는?)
최근 이 전 대표가 신당론 등을 띄우며 정치권 안팎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음에도, 그의 꾸준한 반여성주의 언동에 정치권·시민사회 일각은 이처럼 심각한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금 위원장은 이날 이 전 대표와 만난 후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비공개로 나눈 얘기를 옮기면 다음에 대화하기 어렵다"며 이날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이 전 대표와 제가 생각이 다른 점도 당연히 많겠지만,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같이할 수 있는 것을 같이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 위원장은 "생각이 다르다고 '수박'이라고 비난하거나, 한 쪽 생각을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기성 정치와 다를 게 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성 의제에 대한 대화가 오늘 오갔는지에 대해 "그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만나 보니 이 전 대표와 당을 같이할 만하더냐'고 묻자 그는 "'만나 보니 할 만하다, 아니다'라고 바로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 전 대표 측이나 새로운선택 내부 인사들과 향후 대화를 통해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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