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조장법? 저들이 호들갑 떠는 진짜 이유는
11월 9일 노동자·민중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직후 경영계와 보수언론은 개정노조법이 공포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다. 현장 노사관계의 부정적 영향 등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체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며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취지의 입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십 년간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안전까지 외면한 자들이 탐욕에 눈이 어두워 사실과 다른 내용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불법파업까지 면책? 억지주장 멈춰야
개정노조법은 손해배상 액수의 제한 규정이 빠져 있고, 개별로 그 책임을 분산시키는 '부진정연대책임' 조항도 일부 완화에 그쳤다. 특히 노조법 3조는 2호를 신설하여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도록 명문화했다. 이 때문에 경영계와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듯이 일체의 파업을 면책하는 내용도 아닐뿐더러, 그들이 떠들어 대는 '파업조장법' 주장은 거짓선동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하고 그로써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영상 불확실성이라는 허상을 앞세워 회사의 불법 또는 과실이 있더라도 노동자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으로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합법적 쟁의행의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힘들 정도로 협소하게 규정돼 있어 기업과 사법부에 의해 광범위하게 손해배상이 청구되고 노조파괴에 이용돼 왔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면 민법을 들고 나와 '불법' 낙인을 찍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는 등 낡은 노조법을 탄압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헌법상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이 제대로 보장받으려면 노조법 3조의 제대로 된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한 걸음 나아갔지만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는 아직 멀었다
배달호, 이현중, 박동준, 김주익, 이해남 등 수많은 열사들이 살인적인 손배가압류에 항거하다 목숨을 버린 지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져 손배가압류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명했다. 바로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다. 비록 일체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를 개정노조법에 담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이번 법 개정으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에 대해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손톱만큼의 힘이라도 부여해 자본가들의 불법과 탄압에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인 지점이다. 법과 제도는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자본가들을 비호하는 정권 아래 부분적으로 성과를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아직 개정법률안의 입법시행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하기에 개정노조법의 조속한 공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등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쟁취를 위해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온전한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과 결정권을 가진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해야 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온전한 노조법 개정 쟁취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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