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17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가 연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왕익 전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억 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영호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억 원을,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심정훈 삼정회계법인 상무에게는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로 이 회장이 줄곧 범행을 부인하는 점,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이 사건에서 다시금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해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부디 우리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 등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업무상 배임을 낳은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비율 0.35대 1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소유했던 이 회장이 합병 이후 지주사 격이 된 삼성물산 지분에 따라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강화됐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0.6%만을 소유해 그룹 지배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합병에 따라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가 완성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고 삼성생명 지분 19.3%를 확보하게 됐다. 검찰은 이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이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미전실 주도로 각종 불법 거래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으며, 이 때 이 회장이 범행 지시자로 지목됐다. 검찰은 또 이 회장 등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산을 과다 계상하는 분식회계를 했다고도 본다. 검찰은 재판부에 "부디 이 사건을 계기로 자본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도약하기를 바란다"며 "재판부는 편견과 치우침 없이 사건의 실체를 살펴봐주시길 간청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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