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당무위를 통해 전당대회 투표에서의 대의원 대 권리당원 표 비중을 기존 60:1에서 20:1로 조정하기로 한 데 대해,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등에서는 심지어 "이재명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또 나오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있다"는 의혹 제기까지 나왔다. 김종민 의원은 2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의원제냐 일반당원제냐 얘기할 때 1인 1표 얘기를 하는데, 1인 1표는 완전히 혹세무민"이라며 "평등의 원칙은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인데 당원의 역할과 대의원의 역할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그냥 5000만 명이 다같이 결정하면 되지 왜 대표를 뽑느냐, 좋은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토론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좋은 결정이 되고 그래야 5000만 모두에게 이익이다. 그냥 목소리 크기로 결정하면 좋은 결정이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의회를 만들고 대표를 뽑는 건데, 대의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게 70년 민주당의 역사이고, 200년 동안 전 세계의 대부분 정당들이 이렇게 의사결정을 해왔다"며 "당원들의 투표와 대의원들의 투표가 섞이게 된 게 얼마 안 된다. 원래는 대의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게 우리 전당대회고 민주당의 제도였고, 지금도 세계적인 선진 정당의 대부분이 대의원들이 심사숙고해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대의원들만 가지고는 약간 미덥지 않다, 그래서 여기다 국민 여론조사 집어넣고 당원들도 집어넣고 한 건데, 만약에 당원들의 역할을 높이고 싶다면 (대의원을) 당원들이 뽑으면 된다"며 "대의원, 당원들을 섞어놓고 대의원들을 거의 유명무실하게 해놓는다? 그러면 대의원제 폐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갑자기 왜 총선 앞두고 이 대의원제, 전당대회를 손을 대느냐 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또 나오려고 한다'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며 "심지어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데 왜 이런 얘기를 왜 지금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치느냐"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총선 준비로 바쁜 상태에서 당의 중요 당헌당규 의결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뚜렷한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내년 8월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재선 도전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 위함인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 의원과 같은 방송에 나와, 당헌당규 개정 찬성측에서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러면 나라의 주민은 국민인데 똑같은 논리라면 국회가 필요 없어진다. 그러니까 우리 인류 역사상 최근 300년간 대의민주주의, 공화주의를 발전시켜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당의 역사를 되돌아봐도 대의민주주의를 통해서 숙의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까 대의제 필요 없어' 그러면 대의원 제도 자체를 없애면 된다"며 "그러면 완전히 광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고, 당이 망해가는 꼴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영찬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내년 8월에 열리는데 왜 굳이 지금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투표 비중을 결정하는 문제가 정당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런 토론이 없었다. 이 문제를 토론도 없이 중앙위원회에서 온라인으로 결정하겠다?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절차"라포 비판했다. 윤 의원은 "직접민주주의 또는 당원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그게 과연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며 "자칫하면 포퓰리즘이나 전체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때문에 모든 대다수의 정당들이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의원제가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인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변화를 이렇게 쉽게 결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은 특히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가 대의원제 축소·폐지안을 제안한 이후의 경과를 언급하며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번 김은경 혁신위에서 이런 논의들이 있었고, 당내에서 상당히 의원들이 의총에서 반발을 했었고, 그러면서 '이 문제는 총선 이후로 논의를 미루자'라는 공감대가 형성이 됐었는데 이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제는 당무위를 거쳐 중앙위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어요. 왜 이런 방식으로 이걸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 측의 의도에 대해 "전당대회가 내년 8월인데, 이 문제를 지금 결정해 놓는다는 것은 (친명계가) 내년 전당대회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누구도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금 우리 당 상황을 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해서 권리당원이 250만 명 정도 되는데 지난 대선 이후에 들어오신 분들이 50% 정도"라며 "이 분(권리당원)들은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결국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인다는 얘기는 이 분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또 이 분들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당이 움직이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번 전당대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내에서 계파색이 엷은 신현영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동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에 있어서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는데, 사실 어제 안건이 올라오고 통과된 것이 충분한 토론이 과연 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좀 있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신 의원은 현재 청년 몫으로 당 총선기획단 위원을 맡고 있다. 신 의원은 "잡음이 있을 수 있는데 좀 무리하게 한 것 아닌지 안타까움이 있다"며 "권리당원의 권한 강화가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의원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TK나 PK 같은 취약 지역에서, 그 지역은 당원들이 매우 적기 때문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지역 안배를 통해서 우리 당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만 듣지는 않겠다는 것들을 대의원제를 통해서 고르게 권한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충분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과정을 통해 방안이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의견들이 상충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결정이 된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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