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L+E+INN
송 CEO는 '레인'이 주목하는 교육의 역량은 '개인'과 '공동체'라고 했다. 그는 "개인과 공동체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면서도 "집단주의가 먼저인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획일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혁신은 사람, 즉 교육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레이너로 지내는 4년간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동시에 팀과 공동체 일원으로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훈련을 하게 된다. 초중고 12년의 교육 과정을 거쳤지만,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게 한국 교육 아닌가.
레이너 1년 차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뭐하면 돼요?' '알려 주세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같은 말을 많이 한다. 부모님 혹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개인이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소위 명문대 학생인 경우 더 심하다."
이를 위해 '레인'은 '실전을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 '팀 기업가 정신 (Teampreneurship(Team + Entrepreneurship))', '국제적 학습경험(Learning Journey)' 등 세 가지 학습법을 핵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송 CEO는 특히 실전을 통한 배움, '러닝 바이 두잉'은 "레이너 스스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며 기존 학과 과정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기존 대학은 3학점짜리 마케팅 수업이라고 하면, 교수는 강의하고 학생은 리포트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본다. 이후 교수가 학생의 이해 정도에 따라 학점을 주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지식만 전달한다.
그러나 러닝 바잉 두잉은 레이너 혹은 팀프러너가 스스로 학습하고 실전에 적용한 과정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 평가는 레인 학습모델의 핵심 지표와 질문을 토대로 팀원 모두가 동료 평가를 진행한다. 그래서 레이너 개인의 평가가 높더라도 팀 평가가 낮으면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팀원들이 서로의 학습을 챙기게 된다."
"레인에 입학한 뒤 초반 2주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13명이 '팀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팀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많았습니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쌓아온 경험이 다르니 당연한 일일 겁니다.(중략)
그러던 중, 코치들이 TS(Training Session) 시간에 지금 당장 팀컴퍼니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며, '대화'라는 주제로 학습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모든 팀원이 대화와 관련 있는 책을 읽고, TS 시간에 책에서 얻은 통찰과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서로 이해한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됐습니다.(중략)
지금은 팀원들과 앉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둥글게 모여 앉아 대화를 통해 학습하고, 서로 존중하며 성장하는 팀프러너십을 키워가고 있습니다."(레인 코리아 1기 팀프러너 문영빈/하운드)
MTA와 몬드라곤, 그리고 21세기 협동조합
송 CEO는 "기업과 자영업에만 의존해 오던 일자리나 공공의 영역이었던 돌봄과 같은 사회적 서비스를 협동조합이 감당하게 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필요는 늘었지만, 협동조합에 필요한 인재 양성은 부족했다"며 '레인'을 국내에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외식업체를 협동조합으로 전환, 사회적 기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송 CEO는 협동조합을 연구하면서 스페인 재계 7위이자 세계 최대의 노동자협동조합 그룹인 MCC(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가 1954년에 설립한 몬드라곤 대학교의 4년제 학사 학위 프로그램 '레인'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몬드라곤 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해 각 단과대학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과대학, 경영대학, 인문대학, 요리과학대학까지 총 4개의 단과대학이 별도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학생들이 교직원 및 몬드라곤 그룹의 기업들과 동등하게 이사회의 3분의 1 비율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을 단순한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협동조합적 전통과 교육이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MCC는 스페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송 CEO는 스페인과 한국의 사회경제 및 산업 구조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10년이 지난 지금은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금도 아프리카 같은 나라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농협'을 배우려고 온다. 하지만 '웹3.0 시대'에는 '20세기형 협동조합'이 아닌 '21세기형 협동조합'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세대들은 '꿈의 직장' 삼성에 취직했어도 도중에 그만두고 나온다. 높은 연봉과 기존 복지로는 해결되지 않는 자신의 삶이 있다는 얘기다. 'N잡러(본업 외에 재능이나 관심사를 살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 첫 발을 창업으로 시작하는 등 달라진 시대상을 생각한다면, 2030세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협동조합 프레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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