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석유, 가스, 석탄의 미래에 대한 각국의 입장 차이를 고려할 때 회담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정상회의는 화석 연료와 기후 변화에 대한 세계의 논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스코는 "화석 연료에 대한 집계가 이루어졌다"라며 "이로 인해 화석 연료 이슈가 중심이 되었고, 앞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담론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당사국총회 및 그 이전 몇 달 동안 많은 국가와 시민사회 단체는 두바이에서 체결되는 어떤 합의에도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에 관한 강력한 문구를 넣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막바지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이 쏠린 적은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에 대해 이처럼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춘 적은 없었다. 캐나다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의 조나스 퀼은 "1년 전만 해도 지금 COP28에서 화석 연료 퇴출에 대한 역사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라며 "약 130개 국가와 시민 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수년 동안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11일 발표된 핵심 합의 초안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국가와 단체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초안은 화석 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되었고, 화석 연료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언급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화석연료의 주요 배출원은 언급하지 않고 배출량만 언급했던 과거 총회와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케냐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는 "화석 연료라는 단어가 실제로 초안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이것은 화석 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합의문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서구의 고소득 국가들과 작은 섬나라들, 그리고 콜롬비아와 케냐 같은 일부 저소득 국가들은 화석 연료 사용 종식에 대한 강력한 문구가 협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석유 및 가스 수익에 의존하는 국가와 화석 연료의 개발을 자국의 미래 발전에 필수적으로 보는 국가는 명확하지 않은 언어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자연보호단체인 더 네이버 컨서번시의 앤드류 도츠는 "미국, 캐나다, 호주는 모두 화석연료 생산국임에도 모두 유럽과 완전히 일치하는 입장을 취했다"라며 "이는 화석 연료 생산 국가들에게 훨씬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계적 감축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각기 다른 이유를 든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국가 그룹은 그러한 합의에 전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모든 합의는 국가마다 단계적 감축과 관련하여 책임성과 이행 시점에서 각자가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고 각국이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지리아의 환경부 장관인 이지아크 쿤레 살라코는 12일 정상회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에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라는 것은 생명 유지 장치 없이 호흡을 멈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들도 이미 발생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해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탈석유화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그러나 화석 연료에 대한 큰 관심은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빌 헤어는 "석유와 가스 업계의 압력 때문에 화석 연료 감축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이는 피로스의 승리(*이겨도 득이 없는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들은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중단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어는 COP28가 완전히 실패해도 화석 연료 시대를 끝내기 위한 모멘텀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내년에는 화석연료 퇴출을 원하는 국가가 더 많아지고, 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는 영국 가디언지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기후위기 저널리즘 기구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CBS, PBS, 알자지라 등 전 세계 500여 개 매체사가 파트너사로 활동하며, 한국에서는 프레시안, TBS, 한겨레21, 동아사이언스, 조선사이언스, 뉴스트리 등이 파트너사로 활동한다. 이 기사는 CCN 파트너사인 <New Scientist>에 실린 "Even if COP28 fails, it has changed the conversation on fossil fuels" 기사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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