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 기사에 대한 해설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니 해독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먼저 최악의 경영 성적을 기록했다는 정선선을 보겠습니다. 100원을 벌기 위해 1620원을 쓰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코레일이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선선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노선 중에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이곳은 열차가 하루 몇 편씩 일상적으로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한 때 정선 탄전 일대에서 생산된 무연탄을 수송하는 산업선의 역할을 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던 정선선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탄광 노동자들로 북적였던 거리와 마을들은 고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열차 운행도 점점 줄어들게 되어 이제는 관광열차 외에는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정선아리랑열차라는 이름이 붙은 관광열차는 정선 5일장날인 27장날에 맞추어 날짜의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다니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 달에 10차례 내외로 운행됩니다. 이런 특수한 조건의 노선을 따 떼어네 코레일의 악질적인 방만경영의 사례로 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요. 기사의 주장대로라면 이 정선선은 운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적자를 가중시키는 정선선은 폐선이 답인거죠. 그런데 철도에는 단지 경영수익만 따지는 것이 아닌 사회경제적 가치라는것이 있습니다. 정선아리랑 열차는 인기도 높고 매진도 잘 됩니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과 계곡, 강을 따라 달리는 열차가 주는 힐링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자들이 모입니다. 또한 과거 시골 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5일장이 주는 재미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시간여행의 경험도 선사하고 있습니다.무엇보다 이 적자투성이 정선선은 정선 지역 주민들에게도 소중한 노선입니다. 주기적으로 외부의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은 그만큼 정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장터의 상인도 음식점 사장님도 활력을 얻게 되지요. 지역소멸시대 천혜의 아름다움을 품은 관광지를 품은 전통 장날과 철도의 하모니를 통해서 지속가능함을 꿈꾸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요?
기사의 바람대로 코레일이 구조조정을 해 손해만 보는 정선선을 폐쇄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역으로 연결된 동맥이 끊기는 것입니다. 피가 멈추고 모든 것이 식어갈 것입니다. 정선선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따지게 되면 단순한 경영수익논리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선선은 정부가 벽지노선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지고 있는 노선이기도 합니다. 벽지노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란 말은 수익이 날 수 없는 조건의 노선이지만 지역 생존과 주민 편익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가지 덧 붙이자면 정선선은 태백선의 지선으로 영업거리가 4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으며 역도 7개에 불과합니다. 정선선에서 발생하는 적자의 절대액은 코레일 전체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경쟁체제라는 미명 아래 알짜배기 노선을 고스란히 SR에 넘겨준 덕에 포기 당한 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매일경제>기사가 두 번째로 든 예는 새로 개통된 중부내륙선입니다. 기사는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통한 중부내륙선(이천~충주)은 이른바 '개통 특수'도 누리지 못한 채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 처참한 실패의 책임은 코레일의 몫일 까요? 만약 어떤 회사가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해 준비부터 영업까지 모든 것을 일관되게 집행했다면 그 사업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중부내륙선과 코레일의 관계는 다릅니다. 중부내륙선 건설에 대한 문제에서 코레일의 책임은 사실상 없습니다.신규 철도 노선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의거 국토부에서 결정합니다. 국토부는 철도, 도로, 항공 등 각 교통수단별 미래 계획 속에서 국토균형발전, 기후위기 대응, 정치권 및 지역 요구, 교통 편의성 확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용역과 예타 등의 절차를 거쳐 교통 인프라를 건설합니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노선 건설에 코레일이 주도권을 행사하기는커녕 의견을 내는 것조차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국토부가 결정하고 예산이 확보되면 국가철도 공단이 건설합니다. 이렇게 완공된 철도 노선을 코레일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어떤 노선은 수익이 보장되지만 어떤 노선은 적자가 뻔히 보이는데도 운영기관은 건설된 철도 노선을 넘겨받는 것입니다.
중부내륙선은 철도전문가들에게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노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교통수단은 그 인프라가 담지하고 있는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같은 경부선 철도라도 고속선과 일반선의 수익성이 다릅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자 국내선 항공 이용률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어 항공사들은 운행편수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영업을 잘하던 항공사들이 "이제부터 적자를 내고 말거야"라고 다짐이라도 해서 수익성이 떨어졌을까요? 항공보다 경쟁력 있는 고속철도가 등장했기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근대 철도가 등장하자 역마차 회사들이 몰락한 것도, 광역철도나 고속철도가 확장되어 시외버스 폐업이 이어지고 고속버스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철도 노선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서울을 기점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부 내륙선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수도권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판교까지 연장해서 수도권 접근성을 보완하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철도망의 기능적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망 계획의 부실함이 빚은 문제입니다. 게다가 중부 내륙선은 단계적 개통으로 전체 노선이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코레일의 부실 경영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인프라가 제대로 자기 완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경영을 한다 한들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중부내륙선의 수익성 문제를 코레일의 부실 경영 문제로 둔갑시키는 이 같은 기사의 행태를 이르는 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누명 씌우기입니다.
이 기사 중 특별히 나쁜 부분은 전문가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의 입을 빌어 "코레일은 공공성을 방패 삼아 수익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신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며 코레일이 적자는 신경 안 쓰고 몸집 불리기에만 나서는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누가, 어느 부서가 신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코레일이 노선을 계획하고 건설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단 1%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한국 철도산업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기자가 조금이라도 취재를 했다면 위와 같은 인터뷰 내용은 실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코레일 때리기에 몰두하던 기사는 엉뚱한 결말로 다가갑니다. 부실 방만 경영 코레일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유지보수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토부가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있는 코레일의 유지보수권한 박탈 시도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승전코레일혐오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국토부의 태도는 의아하기만 합니다. 또 이 같은 국토부의 입장을 앞장서 전달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도 우려스럽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혹시 기차타러 갈 일이 있을 때면 역에서 선로 위에서 열차 안에서 일하는 철도노동자들을 한 번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민들의 안전과 편안한 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역무원들, 열차 승무원들, 기관사들, 정비원들, 미화원들입니다. 철도를 천직으로 알고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실 경영의 주범들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는 철도인 들입니다.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매일경제>의 한심한 기사에 시민 여러분들이 현혹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입니다. 고맙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