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우리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총선용 발언'으로 규정하고 '토건 다 걸기'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로 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30년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중 특히 1기 신도시는 윤 대통령 임기 내에 착공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본래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서는 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이 필요한 위험성을 확인받아야 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위험진단이 내려진 것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한국적 풍경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정부의 이번 안에 따라 장기간 재건축 논란이 이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문제가 없더라도 재건축을 가능케 하는 길이 열렸다.
이에 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정부의 이번 정책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뻔히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발생시키는데 그 혜택은 토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만 집중된다"며 "대규모 공급을 위해 약속된 종상향, 용적률 인상 등의 조치에 개발부담금까지 완화되면 엄청난 이익을 개인이 독차지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30년 이상 된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을 시작한다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에 건축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신축 소형주택 공급 시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아예 "소형주택의 구입부담 완화"를 명목으로 소형 신축주택은 주택수에서 제외해 세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안까지 담았다. 여태 건설 경기 부양을 노린 역대 정부가 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왔으나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개발업자와 유주택자의 이익을 챙겨주는 정책은 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뻔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부실 위험과 가계부채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마당이어서 부채 부담으로 인해 소비 여력마저 떨어지는 가계와 저가에 주택을 매입하려는 자산계층 간 양극화가 더 극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번 대책 발표로 이제 윤석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추구한다는 레토릭은 쓸 수 없게 됐다. 너무 노골적인 집값 띄우기 정책임이 뚜렷해서다. 경실련은 이에 관해 "이러한 방침은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안겨줄 것"이라고 단언하고 "30년 재건축 정책과 동시에 추진될 경우 자산격차 확대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이제 겨우 안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또 다시 투기바람과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대책을 두고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됐다"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들, 또는 임차인들이 혜택을 입게 만들겠다"고도 발언했다. 경실련은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과연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면서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호도"하는 발언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는 선량한 세입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발표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자 토건 정부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소수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를 위한 정책을 어떻게 '국민이 바라는 주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경악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이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가격만큼은 안정시켜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표를 던진 수많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정책으로 윤 대통령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도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은 토건 부동산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다가올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발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하루 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신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원가주택, 첫집주택, 토지임대건물 분양 및 장기공공주택 공급약속부터 제대로 이행"하라고 경실련은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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