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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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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들은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 성차별 시정한다더니, 목소리 낸 여성들은 제외한 KEC

2023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을 두고 한국 언론은 환호했습니다. 차별과 폭력, 저임금과 착취에서 벗어나려 한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파업은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을 개선하는 힘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마저 삭제하려 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싸워 쟁취한 성과마저 지우려합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2024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여성파업으로 돌파하고자 합니다. 29개의 단체와 노조가 모여 2024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연재 기고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는 2024여성파업의 의미와 현재에 대해 말합니다.

세상엔 여전히 '남성중심적 구조'라는 문제가 있고, 여성들은 곳곳에서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수십 년간 벌어진 차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구미공단 (주)KEC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부터 직급차별을 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급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KEC는 생산직 직급이 J1, J2, J3, S4, S5 순으로 높아지며 직급에 따라서 임금도 높아집니다. 여성은 입사 시 직급이 J1부터 시작되며 남성은 J2부터 시작됩니다. 여성은 근속 30년이 되어도 S4로 승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J3까지만 승급이 가능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진정을 넣기 전인 2019년까지 수십 년 동안 S등급으로 승격이 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남성은 평균적으로 5년 정도면 승급이 되고, S5까지 승급이 됩니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도 크게 나고, 심지어 연봉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KEC에 성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KEC 대표 이사는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속노조 제공

KEC, 차별 시정하면서 '민주노조 조합원만 제외'

그 이후부터 4년 동안 매년 여성들은 겨우 1~2명이 S등급으로 승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차별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KEC에는 3개의 노조가 있습니다. 그동안 S등급으로 승급한 여성노동자들의 소속 노조를 확인해 보면 남녀차별 문제를 제기한 1노조(금속노조 KEC지회)는 단 한 명도 없고, 2노조, 3노조 여성들만 승급 되었습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정기인사에서 KEC지회 여성조합원들만 배제한 것은 노조 간 차별입니다. 잘못된 회사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여성노동자에 대해서는 차별을 계속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할 노동부는 손 놓고 있고, 국가인권위는 권고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대책이 미비합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조항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 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쓰여 있지만 기업과 정부는 차별을 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순종하는 여성노동자를 만들려고 민주노조에 가입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해서 성차별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말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침묵은 차별을 강화시킬 뿐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임금' 조항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이렇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여성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이 있음에도, 사법부에 호소해도 법을 위반한 사용자들에게 처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억울한 여성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억울함과 답답함만 커집니다. 아직도 여성들을 약자라고 생각해서 법마저도 무시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분노합니다. 이제는 우리 여성들이 일어나서 함께 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 당사자인 여성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하고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3.8 여성의날에 여성파업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파업 집회에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직종이 무엇이든, 노조가 있든 없든, 함께 말하고 함께 행진하면 좋겠습니다. 남성 중심의 자본가권력은 우리가 모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우리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우리를 갈라놓으려 차별합니다.
▲지난 2019년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이 사측의 성차별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단일호봉제

KEC지회는 임단협 요구사항으로 단일호봉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일호봉제는 남녀차별의 근본적 문제를 없애기 위한 요구입니다. 여전히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여성파업에 함께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을 조직할 것입니다. 우리의 파업투쟁을 통해 세상에 우리의 피해를 알리고자 합니다. 차별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여성들, 용기가 없어 말 못하는 여성들에게 차별을 알리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 억울하게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하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곳곳에서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3.8여성의 날에 한자리에 모여 힘차게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파업 투쟁이 더 큰 힘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우리의 힘이 커질수록 차별을 밀어내고 평등한 세상이 열린다는 희망으로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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