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의 4번째 '정치개혁' 안으로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50명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연일 '정치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한 위원장이, 양당 독점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엔 대표적인 '반(反) 정치 포퓰리즘'으로 꼽히는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 승리해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률 개정안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며 "이것이 인천에서 말씀드리는 우리 국민의힘의 4번째 정치개혁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지금 국회의원 정수 300명이 적정한지, 아니면 줄여야 하는지 사실 우리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이번에도 반대할 것인지 묻겠다. 민주당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올해 4월부터 25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대표 재임 시절인 지난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정치권에서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으로,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정수 100명 축소'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지금도 인구 대비 의원수가 선진국과 대비해 현저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 안팎의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의원정수 축소안을 들고 나온 2012년 당시부터 최근까지 '의원정수 축소는 현실적이지도 당위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을 한목소리로 이어왔다. 600여개 시민단체 연대체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해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의원정수 확대안에 오히려 동의를 표하며 "비례 확대를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야 양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번갈아 역임한 김종인 전 위원장 또한 지난해 6월 김기현 전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자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며 “국회가 일을 제대로 안 하고 국민들이 짜증을 내니까 '국회의원 그까짓거 더 줄여야 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인데, 여론조사에 나오는 그런 것 가지고서 정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어느 나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가지고 '줄인다', '늘린다' 하는 그런 나라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는 의원정수 축소안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일부 여론에 기댄 '반(反)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으로, 과거 안 의원의 의원정수 축소안 제안 당시 정치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던 비판들과도 그 논지가 같은 이야기다. 한 위원장은 새로운 정치개혁 방안이라며 의원정수 축소안을 꺼내들었지만, 이처럼 '오래된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해당 제안이 정치권에 혁신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논란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정수 축소안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듣고 "국민의 대표성을 줄인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원 300명이 투입되는 세비 등에 비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본다)"고 했다. 그는 또 의원정수 축소가 비례대표 폐지를 뜻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어떤 방식일지는 고민해 보겠다"면서도 "직능, 소수자를 대표한다는 비례대표의 순기능이 있지만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비례 의원들 중 다음 자리, 다음 지역구를 위해 권한 있는 당의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정치와 국민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비례대표 제도 자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날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야권에서는 즉각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은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한 위원장의 '국회의원 정수 250명 축소'는 나쁜 포퓰리즘의 정수(最高境界)"라며 "국회의원이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의원 개인의 기득권과 권력은 강해지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를 마치 정치개혁인 것마냥 입법 1순위로 둔다는 것은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안철수와 허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라며 "국회의원 숫자 줄여서 50명 빼는 게 정치혁신이면 100명 줄인다는 안철수, 200명 줄인다는 허경영은 그야말로 정치9단이고 정치고수이자 정치개혁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기왕 하시는거 국회의원 50명 한다 그러시지 그랬나"라며 "선무당이 사람잡듯 정치초보가 삼권분립을 휘청거리게 만들까 두렵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대표 의석의 대표성·비례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행 선거방식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자기들끼리 의석 수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당은 병립형 선거제의 복원을 주장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원내대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준연동형 선거제 내에서 민주당과의 비례연합정당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페이퍼컴퍼니도 아니고 위성(정당)이란 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라며 "우리당은 위성정당 자체가 출범할 수 없는 선거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위성정당을 비판하면서도 지난 21대 총선 국면에선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양당의 자체적인 약속이나 방지법 발의보다는 병립형 선거제로의 회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 또한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위성정당 출현하는 제도를 만든 책임은 우리한테 있지 않다"며 "준연동제를 국민들이 요구했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와 가까운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이날 신년인사회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며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인사회가 열린 호텔은 계앙갑 지역구에 있었다. 원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 돌덩이가 누군지 여러분 아시나,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국민들이 살고 계신 곳을 험지라 부르면 안 된다. 제가 온몸으로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도전지라고 불러달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 또한 이날 원 전 장관을 소개하며 "이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고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우리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가 출마하는 곳이라며 그곳이 인천이든 서울이든 호남이든 영남이든 어디든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어하는 후보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한 분이 원 전 장관"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원 장관을 이 대표에 대한 '자객공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냔 질문에는 "시스템 (공천을) 벗어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도 "원 장관은 이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할 경우 우리 후보로 (그곳에) 출마하기 위한 절차 밟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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