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정치인
과거 이미 허경영이 200명 축소를, 안철수는 100명 축소를 주장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에 무리가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50명 축소로 절충했다. 국민의 정치(인) 혐오를 참으로 어지간히 활용하고 싶었나 보다. 정치에 대한 지식은 물론 고민도 없어 보이는 천박한 수준의 식견으로 스스로 정치초보임을 인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의원정수 축소의 부작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원 300명이 투입되는 세비 등에 비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저 처참한 실적의 대통령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그냥 놔두고 있나? 본인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인사검증 역할 제대로 했고? 또 의원정수 축소가 비례대표 폐지를 뜻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지,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지에 대한 판단도 없이 무턱대고 의원정수를 줄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의 무책임성을 증명한다. 매우 위험천만한 정치인이다.의원 정수 늘리는 게 정답
여러 가지 이유로 국회의원 정수는 늘려야 한다. 먼저 과도한 지역구 의석 편중을 바로잡아야 한다. 현재 의원 300명 중 253명이 지역구 의원이다. 이렇게 국회가 지나치게 '지역구 베이스'이다 보니 의원들도 '지역적'으로 사고한다. 사고의 수준이 '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자기 지역구에 도로 놓고 예산 가져가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그래서 이에 대한 훌륭한 보완재가 바로 비례대표 의원들이(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비례대표 확대의 목소리가 있어 왔는데 지난 총선 앞두고 선거구 조정을 하면서 53석에서 47석으로 오히려 줄어버렸다. 전문성을 가지고 국가적 차원의 고민을 하는 비례대표는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도 의원정수 늘려야 한다.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발에 차일 만큼 많아지면 그만큼 특권이 없어지는 법이다. 개별 의원의 힘이 약해지지만 '입법 국회'의 힘은 더 강화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외국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많은 국회의원들을 선출한다면서 우리도 의원 정원을 늘리면서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1대1을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 예를 들면 200 대 200이다. 그래야 지역의 이익과 국가 전체의 이익이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전문성 강화하고 국가 위한 정치 해야
그런데 지금 국회는 지역구 의석이 253이기 때문에 이를 200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역구 세 개를 감축하고 250 대 250으로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너무 많다고?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 관련해서 '200명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게 언제 만들어졌나? 헌법 만들어질 때다. 얼마 후면 100년이다. 이후의 급격한 인구증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의 반대다. 국민의 정치혐오가 강해 증원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비례대표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쟤네들 하는 게 뭐 있나?" "맨날 사고만 치고" 같은 인식이 너무 강하다. 물론 국민적 정치불신의 1등 공신은 민주당이다. 21대 국회 기간 민주당 비례의원들이 연이어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선출방식의 문제이지 의원정수를 줄여 한국정치를 축소시킬 일은 아니다. 엄연한 별개의 문제이다. 지금의 국회가 국가로부터의 지원과 혜택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고려해 볼만한 방법은 많다. 세비를 줄이든지, 의원실 규모를 축소하든지, 4선부터 동일 지역구 출마금지를 실천에 옮기든지, 5선 제한을 시행하든지. 지자체장은 3선으로 제한하면서 왜 자기들은 5선, 6선, 7선을 하려 드는가. 국민을 이롭게 하지도 못하면서.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한동훈이 의원정수 축소를 정치개혁이라며 내놓는 모습을 보고 사람 다시 보게 됐다. 국회의원 정수 줄이자는 정치인 치고 제대로 된 사람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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