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지지를 촉구했지만 이스라엘 쪽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앞바다에 인공섬을 건설하자는 엉뚱한 안을 내놓으며 EU 국가들과 이견만 키웠다. 가자지구에 여전히 130명 이상의 인질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쪽이 2달 간 휴전을 포함한 새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유럽 외교장관들은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에게 가자지구 민간인 고통을 완화하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국가 해법 및 팔레스타인 주권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점점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시작에 앞서 "그들(이스라엘)이 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해결책이란 무엇인가"라며 "모든 팔레스타인들을 (가자지구에서) 떠나게 하는 것? 그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강하게 지지하는 유럽 국가 중 하나인 독일조차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옹호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이 "2국가 해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함께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다"고 못박았다. 매체는 보렐 고위대표가 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이 이스라엘 당국자들에게 지속적인 평화의 길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은 EU 국가들의 우려에 답하는 대신 가자지구 앞바다에 인공섬을 띄우는 안을 제시해 EU 외교장관들을 놀라게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카츠 장관이 제시한 인공섬은 해상에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물류와 화물이 모여 검사 받는 물류 기지 역할이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시점에서 민감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매체는 카츠 장관의 발표에선 명시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공섬으로 옮긴다는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카츠 장관과 동행한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인공섬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주거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이는 주택 가용성을 늘리려는 의도일 뿐 전후 가자 주민들을 그곳에 재정착시키거나 재건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츠 장관은 2017년 정보장관 시절에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세계로 통하는 인도주의적, 경제적, 교통 관문"을 제공한다며 가자지구 앞에 화물항과 여객항을 갖춘 인공섬 조성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인공섬 조성 땐 이스라엘이 섬 주변을 보안 통제하고 항구의 보안 검사를 맡고 "필요시" 도개교를 통해 섬과 가자지구를 잇는 길을 끊을 수 있다는 안이었다. 보렐 고위대표는 외교장관 회의 종료 뒤 기자들에게 인공섬 안은 "우리가 논의하고 있던 제안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해당 안이 정부 공식 정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물밑에선 인질 협상을 위한 제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22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의 가족들과 만나 협상 관련해 하마스 쪽 제안은 없지만 이스라엘 쪽 제시안은 있다고 시사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방송 채널12가 공개한 해당 모임 녹취록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내각을 통과한 내 제안이 있다"며 해당 제안이 협상 중재자에게도 전달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관련해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쪽이 이집트와 카타르 중재단을 통해 남은 인질 전원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두 달간의 전투 중단을 하마스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먼저 여성과 60살 이상의 남성, 건강 상태가 위중한 인질을 석방하고 그 다음엔 여성 군인과 60살 미만의 군인이 아닌 남성, 남성 군인, 인질의 주검을 단계적으로 돌려 받는 안이다. 단 이스라엘 쪽은 종전 및 하마스 쪽이 요구해 온 이스라엘에 구금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 전원 석방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매체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수일 내 진전이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적 논의에 정통한 두 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광범위한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하마스 고위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떠날 경우 당장 이들이 목숨을 건지지만 해외에서도 이스라엘의 추적이 계속될 것이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통제력이 약화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방송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중 누가 가자지구를 떠나기를 제안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장 큰 목표가 하마스 지도자인 야이아 신와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지속 중이다. 다만 방송은 미 당국자들이 신와르와 그 주변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인질 가족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받고 있는 인질을 집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이러한 제안이 나온 것으로 봤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22일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재무위원회 회의장에 난입해 인질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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