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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한동훈, 앞다퉈 '철도 지하화' 공약…李 "곧바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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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한동훈, 앞다퉈 '철도 지하화' 공약…李 "곧바로 추진" 전문가 "양당의 '개발 포퓰리즘' 대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국 도심의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전날 국민의힘도 철도 지하화 및 광역급행열차 도입 공약한 데 이어 여야가 정책 대결로 맞붙는 모양새다. 다만, 두 정당 모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빠져 있어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한 '개발 포퓰리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열린 철도 지하화 공약 발표 간담회에서 철도·광역급행철도(GTX)·도시철도의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 구간은 통합 개발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공약을 발표하며 "이제는 지상 철도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게 경제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객관적 여건이나 국민 합의도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여당도 최근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은 지금 당장이라도 협조할 테니 곧바로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을 방문해 비슷한 공약을 발표한 것을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도시철도(2호선·3호선·4호선 등)와 GTX 일부 노선뿐 아니라 전국 철도 (수도권·부산·대전·호남 등) 까지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하화된 상부 구간은 환승이 연계된 주거복합 플랫폼, 지역 내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촉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의 비용편익 비율(B/C)을 상향하고 철도부지를 국가가 출자해 건폐율·용적률 특례를 주는 방안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산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하화 관련 사업비는 킬로미터당 4000억 정도로 추산되고 전체적으로 80조 원 내외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며 "해당 사업비는 민자유치, 국가의 현물출자를 통한 재원 투입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별도의 예산 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민자유치를 통한 사업성 확보를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신도림역에서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전날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주변 부지를 개발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광역급행 철도를 전국 주요 권역에 도입해 1시간 광역 생활권을 조성하고, 노후화된 구도심을 정비해 공원, 직장, 주거, 편의시설 등 15분 생활권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 수원 장안구 천천동 육교를 찾아 "이 철도는 수원을 동과 서로 가르고 있다"며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이 수원 동서 간의 고착화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호남 권역에서도 철도 지하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철도 라인과 GTX 일부 노선 중 야외 철로를 사용하는 구간도 지하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역시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본다면 재원 문제는 그렇게 크게 보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편익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이자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민생토론회에서 "도로·철도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지하화하는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활용해 선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특별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과 함께 철도로 단절된 구(舊)도심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철도 지하화는 2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부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발의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보행 동선의 유기성이 깨지기 때문에 오히려 시민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현우 교통·철학 연구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도심 철도 부지는 복선(왕복 2선로) 10미터, 경부선 등은 30미터로 편도 3차선 도로 정도에 불과할 정도다. 철도 부지 자체가 넓지 않다"며 "아주 좁고 긴 띠 모양이라서 그 자체로는 도로나 공원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기간을 살펴보더라도 적어도 20년에서 30년 이상은 걸리게 된다"며 "철도 지하화는 공공자금을 투입하거나 선로 인근 지역 재개발 수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철도 지하화를 하기 위해 현재 다니는 노선의 운행 중단을 피하려면 지하 30미터는 내려가야 영향이 없다"며 "버스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보행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상 역을 지하 30미터로 박아버리면 보행자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수직 이동을 해야 해 불편함을 강요당한다"고 지적했다. 양당이 '토건 개발'에 일치된 시각을 보이니 경쟁적으로 '개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은 "거대 양당이 토건 개발 정책 하에 의견이 일치하다보니 도박판에서 판돈 불리듯이 더 급진적인 개발론으로 '개발 포퓰리즘' 대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철도를 지하화하면 산 아래로 기차를 다니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전문위원은 "윤석열·이재명·한동훈 등 정치 지도자들이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삶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교하게 고민하지 않고 손쉽게 개발 포퓰리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철도 지하화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 임기 내에 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미래 세대에게 발생될 문제를 떠넘기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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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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