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름세…유류세 '정상화' 등도 물가 압박 요인
먹거리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물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면서 82.4달러까지 반등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음에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물가 공표 직후 일제히 물가 반등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1월 소비자물가 공표 직후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같은 날 유가 불안, 높은 생활물가 등을 언급하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유가가 하락세였다는 점도 기저효과 측면에서 다음 달 물가지수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오른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2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상반기까지는 3% 안팎의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물가에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고유가 등을 이유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2·4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 이달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유가 불확실성 탓에 한시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초 한시적 조치였다는 점에서 재정여력 확보를 위해 이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 상방 요인은 유가"라며 "언젠가 유류세를 정상화하면 물가 상승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물가에 갇힌 소비·투자…'고금리 긴축' 언제까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누적된 물가 부담은 민간 소비·투자를 옭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식료품·유가 등을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하면 내수 회복도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 둔화세가 답보하면 고금리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져 내수를 더 제약할 수 있다. 지난 달 11일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융통화위원 대부분은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고금리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지만 고물가가 여전히 금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와 시장 모두 물가 둔화 속도에 주목하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신선식품 등 물가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가 낮아져야 금리도 낮아질 여지가 있고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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