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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한 경찰 간부, 징역 1년6개월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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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핼러윈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한 경찰 간부, 징역 1년6개월 실형 선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정보 은폐·축소에 급급했던 공직자의 형사책임 인정한 첫 사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핼러윈 정보보고서' 내용을 삭제 지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전보외사부장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등 주요 피고인 가운데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박 전 부장 등이 처음이다. 또한 참사 발생 16개월 만에 국가 책임과 관련해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 전 부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곽모 전 용산서 정보과 경위에 대해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 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박 전 부장에 대해 "사고 발생 직후부터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책임 소재가 경찰 조직 내로 향할 것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고의 발생을 기회로 삼아 경찰 조직의 업무 범위를 사고 이전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미 상급기관에 보고가 돼 정상적으로 보고서를 삭제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2022년 이태원 핼러윈 데이와 관련한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목적으로 작성된 이 사건 점검 보고서들은 핼러윈데이가 무사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12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5월 보석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57)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사진 왼쪽)과 김진호(54)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사진 오른쪽)이 1월 14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을 마친 뒤 각각 나오고 있다. 법원은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김 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재판부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경찰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 박성민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이태원 참사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결과는 아니"지만 "이태원 참사 직전 경찰이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도리어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급급했던 것과 관련해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다른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형사재판도 곧 시작된다. 사법부가 이들에 대하여 엄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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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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