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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앞에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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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위기 앞에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초록發光] 녹색 단체협약의 가능성에 대하여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이나 기후정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접하고 언급하는 일상의 용어가 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기술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과 함께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핵심 도전과제로 이해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생산품의 대체와 생산 방식의 변화가 이미 이뤄지고 있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노동조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 경험의 온도 차도 크다. 이미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특히 폐쇄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차 생산이 축소되는 자동차산업에서)이 있는 반면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기후위기 핵심 원인을 성장 중심 자본주의 생산 체제, 즉 화석연료에 기반한 무분별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 악순환 체제라고 볼 때 생산 지점인 일터에서의 기후위기 대응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과제로 '녹색 단체협약' 체결을 꼽을 수 있다. 임금과 노동조건, 복리후생, 노조 활동 등에 관해 노사가 합의한 규범에 '녹색'을 담는 것이다. 녹색 단체협약의 내용은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기후위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기후위기→노동자). 다른 하나는 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것이다(노동자→기후위기). 전자가 적응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감축에 관한 것이다. 화살표 방향에서 보듯이 기후와 노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 쌍방향의 내용을 단체협약에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먼저, '기후위기→노동자' 측면을 보자. 건설노동자나 이동노동자(배달, 방문판매 등)와 같이 주로 옥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폭염, 폭우, 혹한, 폭설 등 기후변화 영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건물 내에서 일하는 경우더라도 냉난방·환기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거나 가동이 부실한 경우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조치와 상황이 심각한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미 건설노조는 악천후 유급휴가 법제화와 공공발주공사 혹서기 작업중단 보장을, 배달노동자들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는 폭염 상황에서 작업 중지 보장과 기후실업급여 도입을, 금속노조는 혹서기 유급휴게시간 부여와 조리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의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극한 기후 및 재해 발생 시 근무 거부("비상사태로 업무가 불가능할 경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한 징계를 받지 않는다."), 위험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작업 거부("회사는 모든 근로자가 자기 자신, 타인 또는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에 관한 권리를 담고 있다. 이 작업거부권에 자신을 포함한 인간만이 아니라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작업이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건강권과 작업중지권을 포함하여 고용보장과 불가피한 고용조정 시 정의로운 노동 전환에 관한 내용도 단체협약에 담을 수 있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들과 맺은 산업전환협약에서 총고용보장, 공정·기술 개편 대응 교육훈련과정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산업 전환 추진 과정에서 직무 변경 도입 시 최소 4개월 전에 노조에 통보, 교육이 필요한 경우 사용자 비용으로 실시, 해고할 경우 기존 단체협약상 절차 및 보호조치 이행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기후위기' 측면을 보자. 제품과 서비스 생산 현장인 일터를 얼마나 녹색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의 생산 활동이 일터는 물론 사회와 생태계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금속노조 몇몇 지부에서는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및 에너지 효율화 방안 추진에 합의하였다. AI융합 에너지 효율화, 스마트생태공장(공장 지붕에 태양광발전설비) 구축, FEMS(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과 같은 단체협약 조항이 대표적이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공공부문, 사무금융업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에도 탄소배출 감소 활동 프로젝트 추진(폐기물 및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 제로, 에너지 사용량 감소, 비닐테이프 없는 박스 배출, 사업장 냉매 관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내식당에서 우리 농산물 사용 및 채식의 날(저탄소데이) 운영, 종이 없는 친환경 사무공간 조성 및 일회용품 줄이기,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 노력 등의 내용도 그 일환이다.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노조들은 일터 녹색화를 위한 요구안도 제시하였다. 건설노조는 친환경 소재 입·낙찰 가점 부여 및 친환경 자재 및 설비시공 법제화를, 금속노조 지부는 해당 기업의 탄소배출권 거래 금지를, 사무금융노조는 운용 자산 투자 시 해당 기업의 환경보호(E), 사회공헌(S), 지배구조(G) 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의 단체협약에서도 일터 녹색화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노사는 기업의 생산 활동이 일터는 물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한다"), 녹색조달("사용자는 환경적으로 민감하고 공정한 노동조건 하에서 제조되고 생산된 설비와 원료를 사용할 것을 책임진다"), 재활용과 폐기물 감축("기업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을 확대하고 폐기물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사 공동의 방안을 모색한다") 관련 합의가 대표적이다. 자, 내가 속한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한 번 들여다보자. 어디가 비어있는지를 찾고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고민하자.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할 노조를 찾기 어렵다고 녹색 단체협약의 가능성을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노동자가 30명 이상인 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노사협의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 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용자가 노사협의회에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자의 안전, 보건, 그 밖의 작업환경 개선과 근로자의 건강 증진 방안에 대해 협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폭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가 폭염시 작업 중지를 촉구하며 얼음물을 머리에 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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