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석이 된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을 임명하지 않겠다며 폐지 의사를 재강조한 가운데,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원조 논쟁'을 걸며 여성부의 빠른 폐지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방침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여성가족부 폐지는 대선공약이었고 정권 초기에 여당이 정부조직법을 내서 개정하면 의석수와 관계 없이 통과시킬 수 있었다"며 "정부조직법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통과시켜 주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여당은 정권 초 정부조직법을 인수위에서 제대로 처리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여소야대여서 여가부 폐지가 안 됐다고 선동만 하고 실제로는 폐지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된다고 할 때마다 여성계의 반발을 이야기하면서 무시했고 R&D예산을 줄이면서도 여성가족부 예산은 늘리더니 갑자기 또 실질적 폐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장관 사표를 수리한 후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지난 대선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지키는 것으로 환영"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와 유엔개발계획에서 발표한 성불평등 지수에서 세계 10위 아시아 1위를 달성하는 등 업적을 세웠지만 남녀 갈등 조장, 예산 낭비, 무능한 행정이 드러나 이제는 시효가 다 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인데 이번 4월 선거가 여가부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마지막 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비대위원의 여성부 관련 발언이 당 공식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당 입장은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인데, 오늘 이야기한 것은 박 비대위원 개인적 말씀이었고 여기 대해 우리(당 지도부)가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김현숙 여성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부 폐지에 대해 "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조직 개편 전문가인 신영숙 여가부 차관 주도로 업무 이관을 위한 사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사실상 후임 장관 임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실·국장 인사 개편을 시작으로 여가부는 조직 관리에 필요한 수준에서 보직을 유지하며 조직 개편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며 "다음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들은 각 부처로 재이관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경쟁의식을 불태우거나 환영 입장을 낸 두 정치인은 앞서부터 '안티 페미니즘' 의식을 드러내 온 이들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성부 폐지' 공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방송, SNS 등에서 범죄나 밤길 안전에 대한 여성의 불안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하거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82년생 김지영>)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 하는 것" 등의 발언이 있다. 박 비대위원도 정치 입문 전 본인의 SNS에 "페미니즘? 전쟁 지면 집단 ㄱㄱ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이 뭔 의미가 있는데?", "남성성에 대한 존중,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 등 글을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반면 야당은 비판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여당의 여성가족부 무력화와 대안 없는 폐지는 만연해있는 차별과 배제, 혐오를 방치하겠다는 메시지"라며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운운하기 전에 국민을 통합하고 차별과 불평등, 폭력 없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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