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문(친문재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4선)을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구을·재선)도 컷오프되면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형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서울 성북을, 인천 부평을, 경기 오산과 용인갑, 충북 청주서원과 청주청원 등 6개 지역을 전략 선거구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 소속 현역의원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통상 '컷오프(공천 배제)'로 해석된다. 즉 공관위는 사실상 당 현역의원 6명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 현역의원은 기동민(서울 성북을·재선), 홍영표(인천 부평을·4선), 안민석(경기 오산·5선), 이장섭(충북 청주서원·초선), 변재일(충북 청주청원·5선) 의원이다. 경기 용인갑 출마를 선언한 초선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도 배제됐다. 홍영표·이장섭 의원은 친문(親문재인)계, 기동민 의원은 옛 김근태계로 모두 비명계로 분류된다. 반면 안민석·변재일 의원은 친명 성향에 가깝다. 공관위는 이들이 모두 일괄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며 현역의원을 포함한 '전략 경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임 공관위원장은 "기동민 의원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본선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전략공관위에 이관되더라도 전략 경선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도 경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컷오프'는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대한 전략지역 지정은 이미 내전으로 번지고 있는 민주당 공천 내홍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전날 당 의원총회 당시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남의 가죽은 벗기면서 자기 가죽은 안 벗기나", "명문정당이 아니라 멸문정당"이라고 날을 세웠던 당사자다. 비판의 선봉에 섰던 비주류 중진이 그 바로 이튿날 공천에서 배제된 셈이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애서, 자신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탈당 등 거취 고민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홍 의원 선택지 안에도 탈당이 들어있느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당에 대한 기대를 아직까지는 저버리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저에 대한 공천 여부가 결정되면 저는 거기에 따르겠다. (그러나) 예를 들어서 아무 이유도 없이 전략공관위로 보내겠다, 이것은 지금 배제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정상적이라고 본다면 그때는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말이냐'는 재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홍 의원 개인의 반발을 넘어서서 당내 친문(親문재인)계가 집단 저항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전날 서울 중·성동갑 지역 출마를 원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임 전 실장이 친문의 '간판'이라면, 원내에서 중진으로서 친문 의원들의 좌장 역할을 했던 이들이 홍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갑도 아직 공천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고, 이 지역에는 친명계 원외 인사인 양문석 전 경남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공천을 신청해놓고 있다. 기동민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 조치 역시 비명계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관위는 기 의원을 배제한 이유가 '라임 환매 사태'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명계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는 경선 자격을 부여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기 의원의 경우는 금품수수 혐의가 있다"며 형평성 관련 지적에 대해 "지금 공관위에서는 금품수수를 본인이 인정한 후보의 경우 도덕성검증소위에서 심사하도록 돼있는데, 기 의원의 경우는 금품수수를 본인이 시인했고 이수진 의원은 금품수수를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관위는 이 의원은 적격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 의원은 (양복과 정치자금 등) 수수를 인정했고, 이 의원은 금품수수를 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임혁백)라는 것이다. 기 의원의 공천 탈락은 인재근 의원의 불출마 및 인 의원 지역구에 친명계 안귀령 후보를 전략공천한 일과 더불어 옛 김근태계의 퇴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옛 정세균계에서도 이원욱 의원에 이어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탈당을 선언했다. 임종석·홍영표 등 친문계 중진에 대한 공천배제 조치까지 묶어서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결국 친명 일색인 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올 소지가 크다. 다만 전략지역 지정이 친명계에 가까운 안민석·변재일 의원 지역구에도 이뤄진 점과 함께, 이날 함께 발표된 일부 지역 단수공천 결과는 이재명 지도부가 비명계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위원장은 "정치 1번지 종로는 곽상언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받아 후보로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단수 공천을 받은 이는 종로의 곽 변호사 외에 경기 구리의 윤호중 의원,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 서울 송파갑의 조재희 지역위원장,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다. 곽 변호사는 친노 그룹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고, 윤호중 의원은 친문계 중진 중 하나이다. 김도균 전 사령관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개혁비서관, 남북 장성급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냈다. 다만 송파갑에 조재희 위원장이 단수공천된 것은, 임종석 전 실장에 대해 이 지역구 출마를 설득해오던 이재명 지도부가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경선 지역 발표는 전남 2곳, 서울·강원 각 1곳이 추가됐다. 전남 목포에서는 지역구 현역인 김원이 의원과 배종호 전 KBS 기자가, 고흥·보성·장흥·강진에선 역시 현역인 김승남 의원과 문금주 전 전남부지사가 맞붙는다. 서울 중·성동을에서는 박성준 의원과 정호준 전 의원이,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는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전성 변호사가 경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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