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각 당 대선 경선이 집중된 '슈퍼 화요일'에 대승을 거두며 재대결이 거의 확정됐다. <AP> 통신을 보면 전날 미 전역 15개 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미 동부표준시(EST) 6일 오전 4시40분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14개 주에서 확실해졌다.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버몬트주에서만 승리를 얻는 데 그쳤다. '슈퍼 화요일'에 배정된 854명의 공화당 대의원 대부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독식해 이날까지 적어도 995명의 대의원을 확보함에 따라 후보 지명이 확실해지는 대의원 과반(1215명) 3월 중순 조기 확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거주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행한 승리 연설에서 당내 경쟁자인 헤일리 전 주지사를 언급조차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 견제에 집중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칭하며 "우리는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말했다. 그는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 급증을 "침략"의 일환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주지사를 겨냥한 듯한 "우리는 통합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버몬트주 경선에서 99% 개표 기준 49.9%를 득표해 45.9%를 득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깜짝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일 워싱턴DC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른 뒤 두 번째 승리다. 미 버몬트대 정치학 교수인 알렉스 갈릭은 버몬트에서 일반적으로 온건한 공화당원이 선호돼 왔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다만 헤일리 전 주지사가 경선 시작부터 6일 오전 4시40분 시점까지 확보한 대의원은 총 89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크게 뒤처져 선거 지형 변화는 없다. 헤일리 전 주지사가 슈퍼 화요일에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며 후보 사퇴 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헤일리 선거 캠프 대변인 올리비아 페레즈 쿠바스는 성명을 통해 "통합은 단순히 '우리는 통합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합" 촉구를 비판하고 "오늘날 여러 주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헤일리 전 주지사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선 뒤 빠르게 연설 등으로 이후 계획을 내놨던 헤일리 전 주지사는 5일 경선 결과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침묵을 지켰다. 같은 날 15개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경선을 치른 민주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사모아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혼란, 분열, 어둠"으로 정의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그동안의 모든 진전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오늘 미국 전역 수백만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우리를 후퇴시키려는 극단적 계획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며 "모든 세대의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다만 '슈퍼 화요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시간주 경선에서와 같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 정책에 항의하는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 투표에 맞닥뜨렸다. 미네소타주, 매사추세츠주, 콜로라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이러한 운동이 펼쳐졌으며 미네소타에선 개표가 99% 완료된 상황에서 '지지후보 없음' 비율이 18.9%(4만5942표)에 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적어도 8만8021표(개표 97.5% 완료 시점에 12.7%) 매사추세츠에선 적어도 5만4150표(개표 83.7% 완료 시점에 9.4%), 콜로라도에선 적어도 4만3439표(개표 79.2% 완료 시점에서 8.1%)가 '지지후보 없음'에 기표됐다. 미네소타에서 '지지후보 없음' 기표 운동을 주도한 이들 중 하나인 엘리안 파르하트는 <뉴욕타임스>에 "11월에 우리가 맞설 진정 위험한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 공동체에 막대한 해를 끼칠 것이고 우리 민주주의에 실질적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현재 통제권을 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전 운동 단체 매사추세츠평화행동 이사인 콜 해리슨은 신문에 가자전쟁에 대한 분노가 "효과적인 정치적 결과로 전환되는 걸 보는 건 모두에게 고무적이었다"며 "분노가 미시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령 사모아에선 정치 경력이 없는 볼티모어 거주 사업가 제이슨 팔머(52)가 바이든 대통령을 제치고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총 91표 중 51표(56%)를 획득해 사모아에 배정된 대의원 6명 중 3명을 확보한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캠페인 활동가들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승리를 알게 됐다"며 놀라움을 표하고 사모아를 방문한 적 없는 상태에서 원격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문제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경청했다"고 말했다. 팔머는 선거 캠페인 누리집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승리보다 아이디어 및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며 "워싱턴 정치에 지친 젊은 유권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의 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사모아와 같은 미국령은 대선 경선엔 참여하지만 본선 투표권은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