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있던 의외의 인물이 정치 고관여자도 아닌데, 갑자기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더라."
요새 이런 말들이 많이 들린다. 조국에 대한 비판은 한때 '국민 스포츠'였다. 정치인으로 조국은 이미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판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국 정치판에서 '신당 성공 요인'은 결국 '인물'이었다. 민주화 이후 3지대 정당이 성공한 케이스들이 그렇다. 선거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건 자민련의 김종필(1996년), 자유선진당의 이회창(2008년), 국민의당의 안철수(2016년)였다. 그 외에 수많은 정당이 명멸했지만 인물 없는 가치 연대는 유의미한 변수가 아니었고, '박근혜 없는 박근혜팀'인 친박연대나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양당제 사이에 낀 '3지대' 노선과는 결을 달리한다. 인물에 더해 이 판의 유의미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면 '지역'(충청, 호남, 영남)이었다. 결국 '인물 기대감'인데, '미래에 잘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 즉 '차기 권력'의 이미지를 입은 인물이 주도하는 정당들이 제3지대에서 성공했다. 이건 대중의 폭넓은 지지와 상관 없다. 그 인물의 열성 지지층이 5%, 10% 수준이라 하더라도 본인들이 바라보기에 '미래'에 투자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면 지지자들은 모이게 돼 있다. 그걸 '매력'이라 불러도 좋겠다. 이를테면 지금 조국과 이준석의 지지자는 조국과 이준석을 '미래 권력'으로 여기고 있는 반면, 이낙연과 심상정은 안타깝게도 '일단 탈락'이다. 그게 현실이다. 지지자들 눈엔 '사법리스크' 따윈 의미 없다. 조국을 향한 온갖 공격(죽창가라든지, 내로남불, 강남 좌파의 위선)도 피로도가 쌓여 있다. 심지어 조국 본인이 그런 사실들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수용하고 인정한다. 지지자들도 그가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고 보고 있다. 희망과 절망의 투영판인 선거에선 역사적 평가라든지, 객관적 평가라는 건 별로 중요치 않다. 조국혁신당은 확실히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총선이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어느 정당을 뽑을 것인지'를 물었더니,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32%,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21%, 조국혁신당이 19%였다. 이 조사대로라면 조국혁신당은 12석 안팎을 얻을 수 있다. (JTBC-메타보이스, 7~9일 2009명 대상 무선 100%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0.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조국혁신당의 지지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조국혁신당 출범 직후인 지난 4일~6일 실시된 전국 지표조사(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1000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7.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들여다 봤다. '조국신당'이라는 당명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7%로 3위를 기록했다. 평균 7% 이상을 상회한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남성(8%), 40대(11%), 50대(11%), 60대(7%) 지지율이 높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14%를 기록했고, '대학재학이상'이 8%였다. 직업별로는 자영업(8%) 블루칼라(8%), 화이트칼라(9%) 등으로 나타났고, 경제적계층으로 자신이 상위층이라고 인식하는 중에서 12%가 조국신당을 지지했다. 이념성향에서는 진보(12%) 중도(9%)가 지지했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보면 더 흥미롭다. 이 조사에서 조국신당은 14%를 기록했다. 국민의미래(28%) 더불어민주연합(17%)에 이어 3위다. 지지율 평균 14%를 기준으로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남성이 17%, 여성이 11%였다. 그리고 40대(24%), 50대(27%)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놀랍게도 이건 더불어민주연합(40대 20%, 50대19%)이나 국민의미래(40대 18%, 50대 25%)보다 높다. 4050 지지율에선 조국신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1위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조국신당은 16%로 민주당과 동률을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13%로 민주당과 동률이다. (조국의 고향은 부산이다.) 호남에서 22%를 기록해 민주당(29%)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17%, 블루칼라가 15%, 화이트칼라가 19%로 나타났는데, 특히 화이트칼라 계층 지지율에서는 양당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1%, 국민의미래는 20%였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경제적 계층인식에서 스스로를 '상위층'으로 여기는 유권자 중 무려 23%가 조국신당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이 수치는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15%)보다 높은 수준이고, 심지어 국민의힘 (29%)과는 오차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에 24%가 조국신당을 지지한다. 민주당 지지층이 비례투표 의향에서 조국신당으로 쏠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념성향에서는 진보가 29%였는데, 중도도 14%를 기록했다. 4050세대이며 상대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고, 수도권과 호남, 부산에 거주하는 화이트칼라 계층, 그리고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이다. 특히 '반윤석열' 성향의 진보,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고 있다. 학생운동을 했거나 그 자장에서 영향을 받았고, 현재 사회 경제적 수준을 어느 정도 달성한 386과 X세대 중년 남성들이 그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조국 또래 세대'들의 표심이 조국의 '스토리', 즉 조국에 대한 '동정 여론'을 기반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세간의 이론을 뒷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은 생각보다 영리하게 움직였다. 어쩌면 제3지대 정당들은 깃발을 너무 빨리 올렸다. 지지부진한 틈을 타서 선거에 임박하자 '비례정당'을 속전속결로 창당하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은 '집권을 위한 중도 확장'이 목표도 아니다. 정무적 판단에서 눈치볼 필요가 없다. 조국혁신당이 전반적인 정치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양당제를 기본 가정으로 두고 보자면, 혹자는 민주 계열 야당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혹자는 민주 계열 야당의 분열에 주목한다. 단순 지지율 합산으로 계산하면 전자가 들어맞는 것 같지만, 복잡한 선거제도와 '승자 독식' 구조에서 보면 후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핵심은 조국이다. 이 당은 이념형 정당이 아니다. 조국이라는 인물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지자로 삼는 정당이다. 그 핵심은 '조국이 윤석열에게 당했다'는 서사다. 이 서사를 완성해 준 건 다름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핍박 받는 이미지'였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후 윤 대통령의 '공격 성향'은 그의 유일한 장점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다. 조국 일가가, 이재명이 죄가 있든 없든 '정적'을 향한 집요한 수사는 대중 피로도를 높였고,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 조국을 세웠다. 선거판에서 이런 이미지 전복 현상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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