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수사하더니 기소는 7% 처벌은 2%
동국제강뿐만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023년까지 2년간 발생한 법 적용 대상 중대재해는 510건이다. 그중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해 기소된 사건은 40건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총 107건이고 50건은 내사 종결 처리되었다. 300여 건의 사망이 여전히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위반을 비롯해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여부 등 경영 전반을 광범위하게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엄정하고 분명한 수사는 필요하나, 기소까지 평균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수사는 더디고 기소되는 사건은 적다. 피해 유가족 등은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 긴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는 계속 발생한다. 3월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잠정결과'를 보면 2023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598명이다. 584건의 사고 중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345건(354명 사망), 50인(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239건(244명 사망)이 발생했다. 사업주의 '법 위반 없음'이 명백한 경우는 제외하고 집계하기 때문에 가려진 사고도 많다. 끝나지 않은 사건이 쌓이는 동안에도 사고는 반복된다. 건설사 DL이앤씨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만 7번의 사고가 발생했고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일제감독을 실시해 200여 개가 넘는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 수사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는 동안 두 번째, 세 번째, 결국 여덟 번째 사망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8월 부산 신축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故강보경 노동자의 유족은 DL이앤씨 본사 앞에 분향소를 차리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끝내 DL그룹의 공개 사과를 받았지만, 책임자가 처벌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요원하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 경남 창원공장에서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건, 총 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철제 코일에 깔려서, 크레인과 공장 건물 기둥에 끼여서, 설비가 전도되어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3명이 사망하고 나서야 회사는 노동조합과 '위기극복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지만 현장은 개선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수 차례 안전장치 설치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회사는 책임을 방치하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산업재해 사건도 17개월 동안 기소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중처법 효과 미미? 경제를 위해 중처법 유예?
2024년 1월 27일부터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었다. 직전까지 정부 여당은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또 연장하고자 했다. 중소기업도 이에 호응하며 "중소기업 다 죽는다"고 외쳤다. 치열한 공방 속 법 시행과 경제 발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호도됐다. 일각에서는 법 적용이 지연되는 현재 상황을 외면한 채, 산업재해의 규모가 크게 줄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법의 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노동계 반대로 유예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는 '다시 적용 유예'를 주장하며 총선 시기에 맞춘 대규모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더는 사람이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가 반영된 법이다. 안전에는 돈이 필요하다. 안전장비를 갖춰야 하고, 반복해서 사고가 나는 지점이 있다면 설비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일도 있다. 위험 상황을 마주할 때에 즉시 작업을 중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윤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쉽게 지워진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의 '사업주 책임'은 처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영책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생산보다 안전이 우선되기 어렵다. 사람이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 중심의 경영 방침을 세우고,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하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 이행되는 지 점검하고,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해 적합한 조치였는지 검토하며 보완해야 한다. 설령 긴 시간 생산을 중단할지라도 위험한 현장을 그대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건 당연하게도 최고경영책임자일 수밖에 없다. 법은 그 의무를 상기시킬 뿐이다. "책임 있는 자는 책임을 다하라.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에 "감옥 가느니 폐업하겠다."는 적절한 답이 아니다.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여전히 사업주의 안전 인식이 뒤처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는 달라졌다. 발전을 위해 노동자 몇백의 목숨쯤 불가피한 희생이라 여겼던 사회는 없다. 더 이상의 프레임 싸움과 법 효과에 대한 성급하고 협소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처벌이 두렵다면, 제대로 하면 된다.이제 시작일 뿐, 안전 사회를 고민해야
기업은 대형로펌과 적극적인 사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재해 사건의 특성상 모든 증거는 기업이 가지고 있다.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은폐와 조작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수사 인력 정원을 기존 100명에서 138명으로 늘리고 인원을 더해 157명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 적용 확대로 더 많은 사건을 다뤄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부족한 규모다. 수사 적체를 해결하고 한건 한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인력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검찰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문서가 있다고 해서 안전관리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기능했는지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직책상 책임자가 아닌 ‘진짜 책임자’의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1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장세욱 대표이사가 동국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계열사로 두었다. 경영과 사업을 분리해 중대재해 책임을 각 계열사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있다. 이미 기업에서 책임회피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꼼수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검찰의 미약한 구형이 낮은 처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적 인식에 발맞춰 보다 엄중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사건 외에도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조차 논의되지 않는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제대로 법을 적용하면서도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영역도 살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지 3년이 흘렀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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