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성균관대 의대는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을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뒀다. 17일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내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실망해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났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교실을 떠났다"며 "수술실도, 병실도 점점 비어간다"고 현 상황을 밝혔다. 비대위는 "최근 한 달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은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해 왔지만 가중되는 진료 부담으로 이젠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랐고 탈진돼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며 "공직자라면 강압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이성을 찾으라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는 "사태가 악화돼 파국에 이르게 된다면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은 현장을 떠나 국민을 위해 대의를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원인과 책임은 바로 현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그간 의료계 요구에는 귀를 닫은 채 지금은 대화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필수·지역의료 현장을 살려 달라는 의사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게 정부였으며 현실은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지역의사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에 소요될 막대한 예산을 지금이라도 당장 필수·지역의료에 투자하면 수년 후가 아닌 지금 바로 필수·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가 "구체적·현실적 방안 없이 이름만 그럴 듯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뜬금없이 발표했고,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는 절대불변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비대위는 비판했다. 앞서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울산대 의대(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의대(서울성모병원) 교수진이 이미 집단 사직 결의를 했다.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 분위기로는 연세대 의대 교수진도 집단 사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성균관대 의대가 실제 집단 사직을 결의할 경우, 국내 최대 수련병원 5곳에서 모두 교수진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대 교수진의 이탈은 전국적 상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각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이미 결의했다. 의대 교수 비대위에는 전국 33개 수련병원 중 20개 병원이 들어가 있다. 지난 16일 방재승(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교수를 포함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학병원 진료가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정부와 의사 모두가 살리려는 필수의료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에 크게 의존해 온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자, 체력적으로 한계인 현 교수진만으로 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우리라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이미 한계에 들어선 각 병원에서 전국적인 진료 공백이 발생할 사태가 점차 닥쳐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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