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3일 호주 대사에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0일 몰래 내빼듯 호주로 출국한다. 14일엔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성 발언을 했다. 12~14일 있었던 2주차 조사 '15% 폭락'의 주인공은 따라서 이종섭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0일 오전 황 수석과 이 대사의 거취문제가 "오늘 다 해결됐다"고 안양시 거리에서 외쳤다. 21일 새벽 6시 49분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황 수석 사퇴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고 오전엔 이종섭 대사가 귀국했다. 19~21일 3주차 조사 9% 반등의 이유다. 출마자들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돌발 악재 하나에 자신의 정치 인생이 끝장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5% 미만으로 승패가 갈린 지역구가 38곳으로 그 중 절반인 19개 지역구가 수도권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충청지역이 최고 격전지가 될 듯하다. 지난 총선 26개 지역구 중 5% 미만 접전지가 11곳으로 비율로는 가장 높다. 지난 총선 최소 표차는 인천 동·미추홀을의 171표였고 1천 표 미만에 승패가 갈린 곳이 네 곳이나 됐다.접전지 후보는 '멘붕,' 열세 지역 후보는 자포자기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공포스러워 하는 것도 바로 '대통령 리스크'다. 인사는 '했다 하면 참사' 수준이고 당 공천에도 '대놓고 개입'이다. 접전지 후보들은 '멘붕'이고 열세 지역 후보들은 자포자기 상태다. 그래서 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후보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대통령의 입'이라던 이용 후보나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후보까지도 황상무 사퇴와 이종섭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가 민심을 외면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또 민심이 돌아서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 사례가 있다.질질 끌며 민심 이기려다 폭망한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유족 관련 막말을 연이어 쏟아냈다. 4월 6일 방송토론에서 막말이 있자 8일 당 최고위는 제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콘크리트 지지층' 극우 보수의 비위를 맞추려 윤리위는 10일 한 단계 아래인 '탈당 권유' 결정을 했다. 이를 면죄부라 생각했는지 차 후보가 기세등등하게 막말을 이어가는 사태에 이르자 총선 이틀 전인 13일에야 결국 제명했다. 박형준 당시 선대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진수희 전 의원은 차명진의 막말 파동으로 "20석 이상 날아갔다"고 했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30~40석이 날아갔다고 평가했다. 차명진의 막말이 있자마자 제명했다면 민주당 180석, 통합당 102석이라는 역사상 최대 참패는 아니었을 텐데 서너 차례의 기회를 놓치고 눈치 보며 질질 끌다가 참패했다."희한한 게 딱 그 다음날 아침 지지도 추락이 멈췄다"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2004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노인 폄하' 발언이다. 이 역시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질질 끌며 버티다가 수많은 자당 후보들에게 치명타를 입힌 사례다. 당시 정 의장 비서실장이자 중앙당 상황실장이었던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의 회고다. 선거에서 여론이란 무엇인지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정동영 전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문제가 되니까 지지도가 하루에 2~3%씩 계속 빠졌다. 열흘이 지나니 지지도가 25% 빠져있었다. 선거는 5일 남았는데 이대로 가면 역전될 상황이었다. 부산에서도 20% 앞서는 지역구가 다섯 군데나 됐는데 다 뒤집어졌다. 결국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장이 사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고 말해 버렸다. 그길로 정 의장과 나는 견원지간이 됐다. 어쨌든 정 의장이 당장 비례대표 후보 사퇴하고 당 의장직은 총선 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희한한 게 딱 그 다음날 아침에 여론 조사 지지도 추락이 멈췄다. 그 지지율 그대로 유지하면서 3일 후 선거에서 152석 얻은 거다. 개표 까는 순간 내 정치 인생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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