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3.28~4.9)이 시작된 가운데, 여야 양당 내 비주류 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정치권은 총선·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당내 계파 간 통합을 승리를 위한 주요 과제로 꼽아왔다. 총선 공천 과정을 거치며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배제된 친문(親문재인)계의 동향이 관심사다. 다만 홍영표·전해철·박광온 의원 등 친문계 중진들의 공천 배제에도 불구하고, 친문계의 정신적 지주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총선 지원유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고향인 경남 거제를 찾아 이 지역구 민주당 후보인 변광용 후보와 함께 등산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변 후보에게 "거제가 대통령을 두 명(문재인, 김영삼) 배출했는데 계룡산이 그 기운의 뿌리다. 변 후보가 좋은 기운을 받으시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내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인데 응원하고 격려하려고 왔다"며 "오랜만에 파란 옷 찾는다고 옷장을 뒤졌다"고 하기도 했다. 파랑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에는 경남 양산갑 이재영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격려했고, 22일에는 양산을 김두관 후보와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출마한 배재정 전 의원을 지지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이른바 '이낙연 신당'으로 불리는 새로운미래의 오영환 상임선대위원장과도 만나는 등 민주당 계열 범(汎)야권에 두루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상임위원장은 27일 오후 SNS에 쓴 글에서 "문 전 대통령을 찾아뵈었다. 마음 한켠 송구스런 마음이 앞섰지만, 따듯이 반겨주시는 모습에 깊이 감사했다"며 "대통령님께 오늘날 분노와 갈등의 정치를 넘어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겠다고, 분열이 아닌 더 큰 민주주의의 승리와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드렸고, 문 전 대통령은 이)에 따뜻한 응원말씀 전해주셨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도 선거운동 기간 첫날부터 경남 지역을 찾아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희망했으나, 당 지도부는 그를 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임 전 실장은 오는 28일 먼저 중·성동갑을 찾아 전현희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이후 문 전 대통령을 양산 사저로 찾아가 예방한 후 오는 31일까지 나흘간 경남에 머물며 낙동강 격전지 지원유세를 할 예정이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와도 소통을 거친 결과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 총선상황실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임 전 실장은) 백의종군의 자세로 수도권과 '낙동강벨트' 등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 선거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뜻을 밝혔다"(오영식 부실장),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고 직(職)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 백의종군의 모습으로 하는 것이 더 의미있을 수 있겠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김민석 실장)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비윤(非윤석열)계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연말연초 한때 탈당설이 돌기도 했으나 지난 1월 28일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당시에도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시사했다. 유 전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에 총선 지원유세 일정을 알렸다. 오는 28일 오후 경기 화성정 유경준 후보 지원유세를, 오는 29일에는 서울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서울 성북갑 이종철 후보 지원 유세를 한다고 밝힌 것.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른바 '유승민 역할론'에 선을 긋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전날 울산 방문 도중 유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어제 한 위원장이 명확하게 답변을 준 것 같다"며 "(그 입장에서) 달라진 것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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