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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년들의 '판'에서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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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년들의 '판'에서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을 보다 [쿠피 리포트]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도시가 청년인구 유출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의 청년들은 '대학은 당연히 서울로 가야지?'라는 질문을 어려서부터 듣곤 한다. 지역에 남으면 무언가 실패했다는 주변의 인식은 지역에 남을 수 없게 만드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경제는 산업화 과정과 도시인구 집중과정을 겪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구 집중은 1980년대 이후 국토 불균형 발전이 구조화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그리고 21세기 한국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몇십 년간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는 많은 청년 정책을 내놨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졸업하면 떠나야 하는가?

본 글의 주요 장소가 되는 강원도도 다르지 않다. 매년 5000명 이상의 청년이 도를 떠나고 있으며, 도내 청년층 고교 및 대학 졸업 후 지역 잔존율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강원도 소재 대학 진학률은 53.9%, 도내 대학 졸업 후 강원도 내로의 취업률은 34.9%로 모두 전국 최저 비율이다. 학업과 취업의 연장선상에서 도내 연고 청년이 선순환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원도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데 있어서 일자리와 주거, 인프라가 중요했기에 일자리와 주거 공급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 협동조합 판 조합원 단체 사진. ⓒ오석조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기에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나의 조직 '협동조합 판'

이처럼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한 강원도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춘천의 '협동조합 판'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자리와 주거, 인프라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이들이 지역에 남은 이유와 어떻게 활동해 가는지를 추적하고 분석해 낼 수 있다면 몇십 년 동안 이루어진 청년 일자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청년고용 문제가 완화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할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춘천의 협동조합 판은 지역 청년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청년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기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판의 이사장은 춘천에서 태어나 같은 지역의 초중고 대학을 나왔다. 어릴 때부터 지역을 떠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적당한 거리에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호수와 산이 있는 춘천의 여유가 좋았고, 자신의 흔적들로 넘쳐나는 이곳에서 가장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지역에서 일을 찾았다.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 내 극단에서의 생활을 통해 만났던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는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동료들과 우리가 원하는 지역 안에서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 협동조합 판은 '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의 토대가 되어 폭넓은 문화 스펙트럼을 창조한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9년차의 조직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문화기획사로서 축제와 공연,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인력을 키우기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연간 80여 명의 문화인력을 양성하였다. 현재는 관련 분야 일거리를 통해 청년들의 안정적인 활동 기회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 등의 행사 용역 사업비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며 연간 40~50회 정도의 축제와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지원보다는 실제 서비스 용역 등의 사업을 통해서 급여를 제공하고 스스로 조합원의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직원협동조합이다.
▲ 협동조합 판이 기획한 '2023 석사천 재즈페스타'. ⓒ오석조

판의 조합원들이 지역에 남은 이유

"처음 춘천에 와서 놀란 건 사람들이 뛰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유가 있어 보였고, 특정 시간을 제외하면 도로와 거리는 한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길도 전혀 안 막힌다. 춘천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판' 조합원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20대에 첫 직장을 '판'으로 들어온 조합원이 대다수였으며, 평균 근속기간은 3~4년 정도 된다. 강원도 출신 청년이 65%였고, 강원도 소재 대학 졸업생들이 판에 들어왔다. 요약하면 '판'에 취직한 친구들은 춘천 및 강원도 출신이거나 강원도의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연간 5000명씩 떠나는 강원도를 왜 떠나지 않을까?

이들이 지역에 남아 활동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판의 조합원들은 지역 대학에서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였다. 지역에서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가 있었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춘천의 경쟁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와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개인적 성향이 결합했다. 두 번째는 지역 대학의 학생회 활동부터 청년 활동까지 이어져 온 오랜 활동의 기반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 도전, 그리고 성장 추구가 협동조합 창업으로 이어졌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유'와 '성향'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판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나와 가족에게 집중하며 여유를 가지고 싶은 성향과 이유를 가진 청년들이 모인 조직이다. 대학교부터 이어진 오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인 내부적 신뢰가 지속적인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도전과 성장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지역사회에서의 좋은 경험과 사회적 관계는 청년의 지역 정착을 돕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꼭 좋은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요인이 충족된다면 청년은 해당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정착의 이유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진행되었던 일률적인 사업만으로는 절대로 현재의 청년인구 유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청년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고용을 창출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여 사업을 발전시키면 지역의 청년고용은 늘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지역의 청년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판과 같은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조직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역소멸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 협동조합 판이 진행하는 문화인력 인큐베이팅 사업 '성장판'. ⓒ오석조

*글을 쓴 오석조 협동조합 판 이사장은 성공회대학교에서 협동조합MBA를 전공하였으며 '협동조합 판'에 대한 사례연구로 졸업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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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협동조합(CoopY)은 협동조합 지식 생산 및 공유를 위해 성공회대학교 교수진, 협동조합경영학과 대학원생, 경영학부생이 중심이 되어 2013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협동조합 간 협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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