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호주대사의 자진사퇴를 언급하며 "저는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지난 17일 '도주대사' 논란 직후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 이로 인해 '2차 윤·한 갈등이 촉발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다만 이 대사의 귀국 후에는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했었는데, 이날 이 대사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그의 사퇴 역시 자신이 건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29일 오후 경기 안산 선부광장 유세 현장에서 지원연설을 펼치던 중 "잘 보시라, 오늘도 이종섭 호주대사가 자진사퇴했다"며 "여러 가지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여러분이 불편하시고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시면 한다"고 말했다. 소위 '민심이 원하는 걸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한 위원장은 이어 "저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는다. 그냥 한다"며 "검사생활하고 장관생활하고 정치생활하면서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살지 않았다. 정말 제 '쪼'대로 살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앞서 도주대사 논란이 일었던 지난 17일에도 "(이 대사가) 즉각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당시 대통령실이 이 대사의 대사직 임명에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제2차 윤·한갈등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이 대사가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 한 위원장 또한 "(이 대사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말하며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지만, 이종섭 사태 이후 대두된 수도권 위기론으로 수도권 후보자들 사이에선 이 대사의 자진사퇴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또 오후 평택 송탄시장 지원유세에서는 "저희는 반성하는 정치세력"이라며 "저희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 보고 계시지 않냐. 여러분이 말씀하시고 불편하시면 저희가 어떻게든 따르지 않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종섭 대사가 외국 있을 때 제가 어떻게 했느냐. 귀국해야 한다고 해서 그거 설득했죠"라고 되물으며 "이 대사, 오늘 저도 건의했지만 사퇴했다"고 했다. 이 대사의 사퇴가 자신의 "건의"로 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희는 (막말 논란 후보에 대한) 그런 요구가 있었을 때 어떻게 했나"라며 "여러 다른 생각도 있고, 비판도 많이 받았고, 그 비판도 수긍할 부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정리했다"고 자부했다. 윤·한 갈등의 또 다른 소재로 꼽혔던 장예찬·도태우 전 후보 등에 대한 공천 취소를 시사한 셈이다. 막말 논란 끝에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한 부산 수영의 장 전 후보는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꼽힌다. 그는 또 송탄 유세에서 "수원에 있는 한 후보가 입에 담기도 힘든 여성비하의 막말을 한 게 무더기로 드러났다"고 민주당 경기 수원정 김준혁 후보를 겨냥하며 "그 사람은 우리 장예찬 후보처럼 십몇 년 전에 한 실수가 아니라 최근 방송에 출연해 말한 것이다. 그런 게 드러나도 민주당 이재명 세력은 그냥 밀어붙인다"고 했다. 그는 "저희와 (민주당을) 비교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모두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향해 "시민을 우습게 보는 집단"이라고 비판하면서 나온 말이다. 한 위원장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전날부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이조(李·曺)심판론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선거운동 둘째 날인 이날부터는 여기에 '나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식의 '거리 두기' 전략이 추가된 셈이다. 야권에 대한 공세 수위도 한껏 끌어올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야권을 겨냥 "(야권이) 200석을 얘기하는 것은 헌법을 개정하겠단 것"이라며 "우리 헌법이 가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앞서 '이념전쟁'을 언급했다가 색깔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자유'를 이념의 핵심 개념으로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 안양 삼덕공원 유세 현장에서 "저 사람들(야당)이 원하는 그런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헌법이 바뀐다. 우리 헌법에서 '자유'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미관계 어떻게 될 것 같나"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군포 산본로데오거리 유세 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는 시도를 했다. 이번엔 진짜 이 사람들이 자기 뜻대로 (선거가) 되면 그걸 해내겠단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바꾸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의석을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지지자들을 향해 "그러면 어떤 세상이 되겠나"라고 묻자, 지지자들은 "공산당"이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여당에 험지로 평가되는 서울·경기 지역 유세 지원에 나선 한 위원장은 퇴근시간 전까지만 서울 영등포·동작, 경기 의왕·안양·군포·안산·화성·평택 등 8개 지역을 순회했다. 한 위원장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경기 오산·수원 등을 추가로 방문해 유세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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