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세 현장에서 현 집권세력의 '개혁 성과'로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제한과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 등 외국인혐오·정치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정책들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김기현 지도부 당시에도 같은 정책들을 대표 브랜드 정책으로 내세웠다가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중도확장보다는 보수층 결집을 노린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2일 오후 천안 성성호수공원 지원유세에서 "우리나라에 외국인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이 132만 정도가 있다. 이제부터 이분들은 6개월 이상 국내 거주를 해야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과거 정부는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저희는 이런 방식의 원칙 있는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건보 '개혁'은 오는 3일부터 건보 적용을 받는 외국인의 피부양자들도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건보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한 건강보험 정책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취지로 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공약 발표 당시 △비슷한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었던 점 △외국인 건보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가 전체 가입자 평균 수준인 점 △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오히려 흑자인 점 △해당 공약이 당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반중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서 '외국인혐오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김기현 전 대표 또한 지난해 7월 "(건보 적용에서)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며 이른바 상호주의에 따른 외국인 건보 적용 후퇴를 주장,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 위원장은 또 이날 천안 청당신도시 유세에서는 "국회의원 정수가 줄어들기 바라시나? 국회의원의 세비가 확 낮춰지길 바라시나? 국회의원들이 각종 특권을 행사하며 마치 특권계급인 것인양 행세하는 거 그만 그치기를 바라시나?"라며 "그걸 저희가 해낼 것"이라고 본인이 앞서 제안한 의원 정수 및 세비 축소 등 공약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개혁'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의원정수 축소 공약은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당 공약 또한 앞서 김 전 대표가 지난해, 안철수 의원이 지난 2012년 각각 주장한 바 있는데, 한 위원장이 지난 1월 해당 공약을 처음 꺼냈을 당시 야권에서는 "나쁜 포퓰리즘의 정수(核心)"(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안철수와 허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韓 "최악의 정권은 문재인 정부…4번 좌천, 2번 압수수색. 나는 탄압당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 지원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칠십 평생 이런 정부를 보지 못했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을 겨냥해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정권은 바로 문재인 정부"라고 맞받았다. 한 위원장은 천안 성성공원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나라가 망해갔던 것 기억 안 나시는가. 부동산이 폭등하고 정말 살기 힘들었던 것 기억하지 않으시나"라며 "저는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 유세에서도 문 정부를 향해 "중국에 '혼밥외교'하고, 무시당하고, 한미일 공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다시 '셰셰외교'하는 문 정부로 돌아가고 싶나"고 또 한 번 보수층의 반중(反中) 정서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대전 서구 타임월드 유세현장에서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비례대표 후보가 ‘윤석열 정부에 의해 탄압받았다'고 한 데 대해 "진짜 탄압 받은 건 나였다. 저는 짧은 기간 동안 4번 좌천당했고 2번 압수수색 당했다. 기억나시나"라고 문재인 정부 당시 자신이 정권에 의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와 윤 정부를 비교하며 "저희 정부가 정말 어렵게 짧은 시간에 (문 정부의 실정을) 복원했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정말 전쟁 같은 선거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며 “대한민국이 범죄자들이 선량한 시민을 조롱하고 지배하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공세 또한 이어나갔다. 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보수진영 결집을 재차 호소했다. 한편 이날 대전 서구 유세현장에서는 한 위원장의 연설 도중 한 시민이 단상을 향해 야유하다 경찰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는데, 이 가운데 한 위원장이 그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향해 "입 안 막아도 된다, 입 막지마시라"고 경찰의 물리력 사용을 만류하는 풍경이 펼쳐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시민들만 다치지 않으면 그냥 떠들라고 하시라"라며 "입을 막지 마시라"고 여러 차례 경찰들에게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에 대한 '과잉 경호'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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