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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고 이마 짚고…'출구조사'에 굳어버린 한동훈과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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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고 이마 짚고…'출구조사'에 굳어버린 한동훈과 국민의힘 가까스로 입 연 韓 "최선 다했지만 결과 실망"
10일 오후 6시 정각,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압승 예상이 발표될 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한 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전인 이날 오후 5시 59분께 국회 내 국민의힘 총선 종합상황실에 입장했다. 양 옆 자리에 앉아있던 윤재옥 원내대표, 유일호 민생경제특위 위원장과 짧게 웃고 인사한 한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 장내엔 한국방송(KBS)의 출구조사 발표 카운트다운이 흘러나왔다.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던 한 위원장과 지도부 앞에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87~105석, 민주당 및 더불어민주연합이 178~196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치가 나타났다. 12~14석이 예상된 조국혁신당을 고려하면 '야권 200석'이 실현되는 최악의 결과까지도 가능한 수치로 지도부가 강조해온 "개헌저지선"의 붕괴가 예상되는 수치였다. 상황실엔 적막이 감돌았다. 앵커의 설명이 계속되는 와중 상황실 첫째 줄에 앉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도 굳은 표정으로 이따금씩 두 눈만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화면은 거대양당과 조국신당을 지나 제3지대 군소정당을 비추고 있었다. 전체 예측치 발표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붙은 인천 계양을의 출구조사 결과가 화면을 채웠다. 이 대표의 압승이 예상되는 수치에 장내 어딘가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국민의힘 현역 안철수 후보에 경합우세를 보인 경기 분당갑 출구조사가 나오자 상황실 첫째 줄에 앉은 정양석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난감한 듯 이마를 짚었다. 이어 분당을에서도 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친윤' 김은혜 후보에 경합우세를 보이는 결과가 나왔다. 분당은 경기도 격전지 중 대체로 보수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지역이다. 굳은 표정의 김경율 비대위원이 볼을 부풀렸다. 경남 양산을의 김두관, 부산 북구갑의 전재수, 서울 종로의 곽상언까지 민주당 후보들의 승리를 예측하는 결과치가 이어지면서 한 위원장의 표정도 점점 더 굳어가는 듯했다. 지도부 일동이 모두 미동조차 않았다. 서울 광진을에서도 고민정 후보가 오신환 후보에 앞서자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가 차례로 가슴을 들썩이며 날숨을 뱉었다. 이날 상황실의 클라이막스는 서울 동작을의 결과 발표였다. 민주당이 서울의 핵심으로 꼽은 지역이다. 애초 우세가 예측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정치신인 류삼영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다소 뒤처지는 결과가 나오자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적막이 깨졌다. 상황실 첫째 줄을 채운 한 위원장과 지도부는 굳은 표정 그대로 말이 없었지만, 장내 곳곳은 웅성거리며 혼란에 빠졌다. 한 위원장은 깍지낀 두 손을 턱 밑으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방송을 지켜봤다. 지역구 예상이 지나가고 다시 종합 예측 의석수가 나오자, 시선을 두지 못하고 잠시 장내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입 쪽의 근육은 살짝 당겨졌고, 눈을 깜빡이는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는 듯했다. 선거운동 막바지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힘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됐던 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마저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에 앞섰다. 상황실 내부는 이미 깊은 적막에 빠져있었다. 충남 홍성·예산의 강승규 후보가 민주당 양승조 후보를 꺾을 것이란 결과에 누군가 박수를 쳤지만, 몇 초도 되지 않아 이내 그쳤다. 침통한 분위기에 진압당한 듯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관계자가 지도부를 한 명씩 찾으며 첫째 줄 자리가 하나둘 비워지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에게도 무언가의 요청이 오고갔다. 잠시 본인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침묵하던 한 위원장은, 입술을 한 번 떼었다 붙인 뒤 일어나 무대 앞에 섰다. "음." 짧은 탄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한 위원장의 목소리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던 다운 톤이었다. 그는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짧게 말했다. 짧은 발언 직후 한 위원장은 옆자리의 유 위원장과 악수 후 장내를 빠져나갔다. 이만희 종합상황실장이 퇴장하는 한 위원장의 어깨에 잠시 손을 올렸다. 한 위원장 퇴장 후 장내는 바빠졌다. 대부분의 관계자는 서로 간의 짧은 상황공유 후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관계자는 이후 일정에 대해 "추후 공지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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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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