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성과는 '의료개혁 공감대'
회담에 배석했던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민생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의료개혁, 민생 우선 등에서 공감대를 이룬 점을 성과로 설명했다. 우선 이 수석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면서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의료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또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다만 민생 해결 방법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하고 조금은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향후에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회동 방식과 시기를 확정하지 못해 정례 회담을 기대하기는 어려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고 제안했다.민생지원금, 李 "전국민 지원" vs. 尹 "어려운 분들 먼저"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던진 거부권 행사 사과와 채 상병 특검 도입 등 회담의 주요 의제에 대해서도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었다. 우선 민생지원금 지급과 이에 따른 추경 편성 요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방식보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소상공인 지원 방안과 서민금융 확대 방안 등을 이 대표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도운 수석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에 야당이 제기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를 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논의했다"고 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현재 편성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을 잘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정부의 방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정부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이미 제출했다"고만 답했다. 특히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연금개혁 시기에 대해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 국회에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국회 공론화위원회가 도출한 방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尹 "이태원 특별법 법리적 문제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특별법의 법리적 문제점을 비중있게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으나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를 "독소조항"으로 언급해 사실상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밖에 이 대표가 회담 모두발언에서 거론했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의혹을 제기했으나 비공개 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아울러 차기 국무총리 등 인사 문제에 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협조를 당부한 대화도 없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R&D(연구개발) 예산 확대와 관련해 이 대표가 석박사 연구 보조원 인건비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에 윤 대통령은 R&D 자금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사용하는 방향이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설명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추경을 통해서 R&D 예산을 복원하거나 증액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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