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조사를 두 차례 받은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해병대 부사령관과 유 법무관리관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JTBC는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메모에서는 특정인 수사를 언급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 8월 4일 군 검찰에 출석해서도 "장관님이 크게 4가지를 말씀하셨다.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이후 9월 8일 스스로 군검찰에 출석해 장관이 아닌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말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방송에 따르면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지난해 8월 29일 군 검찰에 출석해 "정 부사령관이 장관에게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는데 관련 조언을 한 게 있냐"는 질문에 "지시를 하는데 법적 조언을 한 게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이 국방부 또는 그보다 더 윗선에서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를 가리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정 부사령관과 유 법무관리관의 진술 차이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물론 이종섭 전 장관이나 유재은 법무관리관보다도 윗선에서 해병대 측에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이후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유 법무관리관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사이에 수 차례 통화가 오간 바 있다. 지난 26일에 이어 이날도 공수처에 소환된 유 법무관리관은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공수처를 빠져나가면서 어떤 부분에 대한 조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냐는 질문에 "(수사기관에서) 질문하시는 부분에 성실히 답변드렸다"고 밝혔다.
방송은 공수처가 유 법무관리관에 이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김 사령관은 이 전 장관과 함께 고발 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황이며, 공수처는 지난 1월 17일 김 사령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후 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종료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김 사령관은 내부 전산망에 '사령관이 보내는 마음의 편지'라며 장병들에게 A4 네 쪽의 지휘서신을 보냈다. 여기서 김 사령관은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폭풍급 파급 효과와 법적 다툼으로 국민적 이슈가 됐다"며 채 상병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며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다. 결과가 나와도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지만 흔들리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김 사령관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등 일종의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그는 지난 15일 해병대 창설 75주년에서 "'다시 한번 해병대'를 향해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힘찬 정진을 함께 해나가자"라며 장병들을 독려했다. 지난 25일 2024년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에 명단이 나오지 않아 사령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방송은 채상병 사망 당시 소속 부대장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직접 수색 지시를 명령했고 문건에 서명을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17일 오후 9시 55분 예하 부대에 배포된 문건에서 임 전 사단장이 자필로 서명을 했는데,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에는 실종자 수색을, 채상병이 소속된 포병여단에는 복구 작전 시행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해당 문건이 "수색 작전에 대한 통제 권한이 없었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에 대해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답변은 제한된다. 하지만 해당 사안은 상식적이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