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낡은 이념에 집착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국민의힘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재건'을 외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답답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의원은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국정운영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잘못했죠"라고 즉답하고는 "제일 잘못한 게 먹고사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어려워하시는 국민들이 너무 많은데, 그 분들의 고통, 어려움에 대해 해결도 공감도 못 한 부분이 제일 큰 잘못"이라며 "그 밖에 윤 대통령이 평소에 늘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 정의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념·철학이라는 게 중요하기는 한데, 대통령께서 작년에 말씀하신 무슨 공산전체주의, 운동권 청산, 홍범도 장군(흉상 이전) 이런 것들은 진짜 철 지난 이념"이라며 "그런 이념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낡은 보수는 진작 버렸어야 되는데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이념은 굉장히 철 지난(것)"이라며 "낡은 이념에 집착하는 모습. 그게 국민들한테 실망을 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기조는 옳았는데 소통이나 자세나 스타일이 잘못됐다'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론 소통도 스타일도 잘못했고 자세도 오만했는데, 그러면 그것만 고치면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예컨대 실업자·비정규직·빈곤층·서민층 등 어렵게 사시는 분들의 문제에 보수가 깊이 파고들어서 공감하고 문제 해결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보수는 앞으로 지지를 못 받을 거라고 제가 지난 최소한 15년 이상 당의 기조를, 철학을 바꿔야 된다고 이야기했다"며 "그게 윤석열 정부한테도 100% 해당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내가 그 동안 국정 기조는 옳았는데, 그건 안 바꿔도 되는데, 자세만 좀 고치고 소통만 더 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그것은 굉장히 큰 오산"이라며 "낡은 보수, 예컨대 옛날 뉴라이트 같은 것은 이제는 진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진짜 보수는 어렵게 사시는 중산층 서민의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황우여 신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인품은 훌륭한 분인데 답답하다"며 "(총선에서) 보수 결집을 안 해서 졌고, 보수가 중심을 더 잡아야 된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국민들께서 느끼는 거나 제가 생각하는 해법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 결집은 이번에 과잉이었다. 우리가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마음을 못 잡아서 진 선거이지, 보수가 결집을 안 해서 졌느냐"며 "극우적 보수 인사들이 말하는 그런 보수의 가치에 만약 당이 매달려 있으면 앞으로 선거는 대선이든 총선이든 해보나마나 필패"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당이 수렁에 빠졌고 총선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당도 대통령도 전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마당에 비대위원장으로 오신 분이 '보수 결집이다'(라고),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버려야 될 낡은 보수'의 말씀을 하시는 걸 듣고 좀 답답했다. 무슨 전당대회 룰이고 뭐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런 분이 진짜 당을 재건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한편 오는 9일로 예고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부쳐서는 "그 동안의 국정기조라는 것(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 위에 진짜 국정 쇄신을 해달라"며 "본인과 부인하고 관련된 문제들, 디올백이든 주가조작이든 채상병 외압이든 본인·부인과 관련된 문제는 그게 특검이든 뭐든 반성하고 '법대로 하겠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 진짜 무리한 것 몇 가지 빼면 내가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이렇게 좀 털고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인 문제, 그 동안 거부권 행사했던 것들 중에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간호사법, 방송법 이런 정책적인 부분은 분명한 이유가 있으면 선택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거부권 행사도 계속해 나가면 국민들 민심이 굉장히 멀어지지 않겠나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번에 4월 초에 의대 정원 문제나 2월에 디올백 갖고 이야기했을 때 국민들께서 고구마 몇 개 먹고 물 안 마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지 않느냐"며 "이틀 후 기자회견은 그런 것을 깨부수는 파격을 보이시고, 철저한 자기 반성과 사과, 또 앞으로 3년 동안 새로운 국정(방향 구상)에 대해서 밝히시면 국민들 마음이 돌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굉장히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제가 대표가 되고 안 되고 이런 걸 떠나서, 보수정당에서 저와 같은 철학을 가지고 정치를 해 온 사람이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게 당의 변화를 위해서 진짜 의미가 있나 하는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당의 얼굴, 당의 상징을 뽑는 건데 국민들 눈에 보시기에 국민의힘이 진짜 반성하고 변화하고 있느냐. 그걸 상징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대 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당 역사상 당원 100%를 한 적이 없다"며 "'당비를 내니까 당원이 당 대표 뽑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고보조금은 왜 그렇게 엄청난 액수를 받느냐. 그러니까 작년 전당대회가 엄청나게 퇴행적으로 간 것이고 윤 대통령의 1인 사당화를 위해서 그렇게 한 건데 그 결과가 이번 총선 성적표에 그대로 나왔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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