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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한 고금리와 불경기, 대출 증가로 인해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0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추세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계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분석 결과,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하루 이상 원금 연체)은 올해 2월 말 3.4%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3.4%) 이후 최고치였다.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2011년 후반부터 상승세를 그려 2013년 2월 3.0%까지 오른 후 2014년 11월에는 3.4%까지 치솟았다. 이후 2%대 후반에서 3%대를 오르내리던 2016년경부터는 2%대를 유지했고, 2021년 6월에는 1%대(1.9%)까지 내려갔다. 2022년 9월 1.8%까지 내려간 연체율은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올라 작년 11월에는 3%대(3.0%)에 재진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2월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을 비롯해 1월3.0%, 3월 3.1%를 기록하는 등 1~3월 내내 3%를 웃도는 연체율이 유지 중이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분석 결과,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하루 이상 원금 연체)은 올해 2월 말 3.4%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3.4%) 이후 최고치였다. ⓒ프레시안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인해 이미 최대한의 대출을 쓴 후 신용점수가 떨어진 취약차주들이 마지막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신용카드 대출을 늘린 후, 이마저도 갚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는 상황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이 이어지면 2000년대 초 카드사태 이후 최악의 신용 위기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때는 카드사태 후폭풍이 이어진 2005년 8월로, 이달 연체율 기록은 3.8%다. 특히 국내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신용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 말(9870억 원) 대비 3690억 원(37.4%) 급증했다. 가계의 신용 위기가 고조하고 있음에도 최근 은행 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5대 시중은행의 이달 가계대출 잔액(21일 기준)은 전월 대비 2조4272억 원 증가한 700조4302억 원이었다. 전월 4조 원이 넘는 증가세를 보인데 이어 이달에도 큰 폭의 증가세가 관측됐다. 신용대출이 지난 4월 4000억 원가량 증가한 데 이어 이달에도 4월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인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월 말 기준 540조9902억 원에서 3주가 지난 이달 21일에는 543조5934억 원으로 2조6000억 원이 넘게 증가했다. 다만 한은은 아직 신용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량이나 주담대를 보고 금융시장에서 '이미 (기준금리 수준이) 완화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아직은 금융 상황이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시내에 대출 전단지가 붙어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 원에 달해 지난해 1분기 말(9870억 원)보다 3690억 원(37.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