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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옥철'서 단체기합 받는 삶, 달라질 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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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매일 '지옥철'서 단체기합 받는 삶, 달라질 순 없나요?" [픽터뷰]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저자 전현우

"출퇴근 전쟁, 지옥철, 꽉 막힌 도로에서 보내는 하루 2-3시간의 통근은 우리 모두가 단체기합을 받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거대도시의 삶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여러 신호들이 오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2023년 6월)에 따르면, 수도권 직장인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평균 20.4km 거리를 평균 83.2분을 들여 이동한다. 하루 2시간 안팎을 통근으로 허비하면서 우리의 삶의 질은 떨어지며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긴 출퇴근 시간은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초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생활자의 기쁨과 슬픔>(정희원·전현우 지음, 김영사 펴냄)은 "지옥 같은 우리의 이동"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는 책이다. '가속 노화'를 연구하는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과 교통을 연구하는 철학자인 전현우(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가 도시, 이동, 건강,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저자 중 한명인 전현우 연구원과 12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전현우 교통·철학 연구자,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프레시안(김봉규)

1986년생의 94%가 운전면허 소지자, SUV 시장 점유율 60%…자동차 지배는 공고하다

프레시안 : 철학자로서 도시와 이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현우 : 집이 인천이라서 서울까지 오려면 최소 2시간은 걸립니다. 하루 3-4시간의 통근을 하면서 '이 부조리함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책에서도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한 사투에 대해 썼습니다. 버스 한대를 놓치면 20-3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요. 한국의 통근 소요 시간은 선진국 최고 수준입니다.

프레시안 : 운전면허가 없으시다구요? 일부러 안 따신 건가요?

전현우 : 맞습니다.

프레시안 : 교통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서 차를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차는 한국에서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차감"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차는 사회적 지위나 부와 연관되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요즘에 차를 많이 안 산다, 안 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슈퍼카나 외제차에 대한 선망은 더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사회에서 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을까요?

전현우 : 젊은 세대가 차를 덜 탄다는 얘기는 데이터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차량을 살 만한 소비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는 있겠죠. 사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었는데, 대중교통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 대중교통 수송량은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KTX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수송량은 아직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90% 미만이에요. 버스 같은 경우는 80% 이하입니다. 당연히 이동량 자체는 줄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급격한 승용차 통행량 증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역사상 가장 승용차가 강조된 시점을 막 통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는 차를 타지 않는 세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엄살이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SUV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한국의 경우에는 60%까지 도달했습니다. 제가 1986년생인데, 제 연령에서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사람은 5.76%에 불과합니다. 저는 자동차의 지배는 수십년 이상 계속 갈 것이라고 봅니다.

철도에만 너무 가혹한 효율성 요구…도시 개발에 철도가 배제된 이유는?

프레시안 : 기후위기와 연관해 철도가 중요한 교통수단이 돼야 하는데 우리 대중교통은 도로 위주로 짜여져 있습니다. 책에 철도와 자동차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 지적했는데요, 우리가 철도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현우 : 철도는 토건 사업으로서 늘 평가를 받았고 그래서 항상 과잉 투자를 경계해야 되는 대상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철도에 요구되는 효과와 효율의 문턱은 승용차보다 훨씬 더 엄격합니다.

두번째로 빨대효과를 걱정하는데, 철도가 생기면 서울에서 통근을 하지 이주를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가장 큰 사업이었던 세종시에도 철도역이 없습니다. 수도권의 제2기 신도시들도 마찬가지였고, 비수도권의 혁신도시들도 비슷합니다. 21세기 들어와서는 철도를 최대한 도시에 밀착해 지어야 되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한 것 같아요. 10개 혁신도시 중 철도역이 있는 곳은 김천 하나입니다. 원주 혁신도시에는 반곡역이라는 철도역이 있었는데, 중앙선 철길을 이설하면서 철도 기능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 자체가 참 말이 안되는 게 오로지 얼마나 많이 정착해서 살 것인가만 관심을 둔 것입니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내려갔는데 전국에서 출장오는데 그 사람들이 다 자동차를 타고 오라는 얘기죠. 또 도시 내부의 교통 체증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비수도권으로 가면 80-90%는 도로 교통, 결국 승용차입니다.

런던 혼잡통행료 2만5000원, 서울도 적용하자고 한다면…

프레시안 : 기후위기와 관련해 기업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지만 개인의 삶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혼잡통행료나 유류세 등 개인의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선 상당히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고, 그러다보니 정치권도 소극적으로 이런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전현우 : 낮에 영국 런던 도심부로 들어가려면 15파운드, 환산하면 2만5000원을 내야 합니다. 남산 통행료 2천원 이런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많은 통행료를 냅니다. 일차적으로는 결국 이렇게 시끄럽게 이야기를 해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환경과 관련해 기업들에게 중과세를 물리거나 규제를 해서 책임을 묻겠다, 이러면 기업에서는 이런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르는 등 편익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동의할 것이냐를 문제 삼아요. 탄소를 방만하게 내뿜는 현 교통시스템에서 친환경적 교통시스템으로 가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라는 문제도 결국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책에서 대안적인 도시 형태로 '깍지 모형'을 이야기했는데, 조금 낯선 개념이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현우 : 원조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핑거 플랜입니다. 물론 코페하겐은 전주 정도 규모이기 때문에 서울에 즉각 대입을 할 수는 없는데, 그럼 전주에서 쓰면 되죠. 코펜하겐은 해안에 있는 도시인데 항구 근처에 옛날부터 있던 도심이 있고 그게 손바닥에 해당하는 지역이고 그 주변으로 교통로를 따라서 위성 도시들이 쭉 늘어서 있어요. 이 사이는 보존 녹지로 설정해 더 이상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억제를 합니다. 손가락 모양의 이런 도시들이 두개가 겹쳐지면 깍지를 낀 모양이 됩니다. 도시와 녹색이 함께 가는, 인간의 문명과 자연이 같이 가는 공간 구조를 깍지 모양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든 말입니다.

▲코펜하겐을 '손가락 모형'을 통해 설명한 그림.

프레시안 : 도시와 이동의 문제는 당장 교통 지옥과 같은 문제 뿐만이 아니라 돈과 권력, 가치 배분 등 문제와 연관된 것인지라 기득권과의 투쟁이라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전현우 : 저는 기술의 발전과 시대 변화로 오히려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교통에 쓰이는 돈은 다 기름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름이 아니라 주행에 물려야 합니다. 혼잡 비용은 서로 내가 남의 앞길을 막고 남들이 내 앞길을 막아서 나오는 시간의 손실과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서 나오는 비용입니다. 혼잡 비용에 비례하는 주행세와 같은 각종 분담금을 물리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상황이 오고 있어요. 이제는 차들이 똑똑해져서 어느 길에서 얼마만큼이나 주행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 가능해지고 있어요. 이런 기술적 발전을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준비해서 재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은 역사적 사례가 있어요. 유류세가 IMF 때인 김대중 정부 첫 1년 차에 크게 올랐습니다. 휘발유는 2배, 경유는 4배 올렸거든요.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름이 조금이라도 덜 쓰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지금도 기후위기와 교통 지옥의 문제를 해결하기 방안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동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옥철과 꽉 막힌 도로에서 단체기합 받는 거대도시의 삶, 최선입니까?

프레시안 : 공저자인 정희원 의사는 이동과 건강의 문제에 대해 쓰셨는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현우 : 자동차는 가장 신체 활동을 최소화시키는 이동 방식입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통근을 하게 되면 집에서 주차장까지 얼마 안 걸어 차를 타고 사무실에서 도착해서도 얼마 걷지 않게 됩니다. 지하 주차장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구요.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걸어야 합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걸어야 하고, 지하철을 타게 되면 역에서 도착해서 개찰구를 통과해 승강장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이런 통근을 '엑티브 커뮤팅'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승용차를 이용한 통근보다 건강에 좋습니다.

정희원 의사가 특히 강조한 것이 이동과 운동을 분리하는 사고가 만연해 있는데, 이걸 연결시키자.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그러는데 생각해보면 웃기지 않냐. 이동과 운동을 분리하지 말고 걸어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프레시안 : 거대 도시가 서울을 상정하고 있는 건데, 제가 최근에 통계를 보니까 전 국민의 70%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살기를 희망한다라고 나왔더라고요. 서울 욕망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전현우 : 21세기 들어 수도권 인구를 받아 끌어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데는 딱 하나 제주도밖에 없거든요. 저가 항공이랑 상관관계가 있어요. 결국 교통 문제죠. 제주항공이 2008년에 생겼는데, 그 이전에는 항공 교통량도 그렇고 인구도 그렇고 그냥 쭉 비슷하게 갑니다. 근데 제주항공의 등장 이후 항공교통량이 늘면서 제주도 인구가 20만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수도권 인구를 분산 시키려면 교통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입니다. 뿐만아니라 지역 중심 도시, 광역시와 주변 농촌 지역과도 연결도 필요합니다. 이런 교통망을 짜는 데 가장 탄소배출량이 적게 들어가려면 철도가 필요합니다.

교통 지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저는 단체기합을 받는 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지옥철에서, 꽉 막힌 도로에서 단체기합을 받고 있는 거죠. 이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여러 신호들이 오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보면 기후위기 문제이고, 작게 봐서는 도로나 지옥철하고 받고 있는 단체기합 상황일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바꿔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동의 문제는 누구도 예외가 없고, 그런 점에서 모두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문제입니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정희원.전현우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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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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