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박정훈 전 단장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이후인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관 등 지도부가 수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문에 "참담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정훈 전 단장은 "7월 30일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31일 언론 브리핑, 8월 2일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것이 계획이 된 시간표였고 이종섭 장관에게도 정확하게 다 보고했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되면 될 일을 한 사람의 격노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엉망이 되고 수 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 그 과정에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을 때 잘했다고 독려를 받았냐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문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군 생활 28년 중 장관 대면 보고도 처음이었고 이첩된 수사 자료가 다른 기관에서 회수된 것도 처음이었다"며 "보고 마치고 나올 때 장관이 악수하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이것도 제 군 생활 중 처음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수사단장이 모든 수사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냐는 정청래 위원장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해병대) 사령관 지시로 보고자리에 배석했는데 당시 사령관은 (임성근 1)사단장의 인사 조치 문제를 보고하려고 했고, 보고 전에 사건을 설명해야 해서" 장관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군인사법시행령 제17조의 보직해임에 관한 조항을 보면 해임 대상이 장성급의 장교일 경우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임성근 1사단장이 장성급이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 맞냐고 물었고 박 전 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모든 수사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장성급 인사가 걸려있기 때문에 장관에게 보고해야 했던 것"이라며 "이 수사 내용 중에 장성급인 임성근 사단장이 혐의자 8명에 포함돼 있었고 임성근을 구하고 싶은 누군가로 인해 수사 외압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냐"라고 물었고 잠시 고민을 하던 박 전 단장은 "전적으로 위원장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전 단장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사건은 세 갈래다. 채 상병 사망사건은 경북경찰청, 항명은 군사법원, 수사 외압은 공수처가 담당하고 있는데 사건의 실체 및 진실이 밝혀지길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이는 여당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검법이다. 왜냐하면 다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수사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일괄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수사 결과를 설명했을 때 채 상병 할아버지가 팔십 평생을 살아보니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고 말씀하셨다.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처럼"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그것이 정의"라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할아버지께 이런 약속을 드렸다. 비록 제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라며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채 상병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는 것에 도움을 달라"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임성근 전 1사단장과 윤석열 대통령 및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의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고석 변호사를 지난해 8월 2일 만나지 않았냐며 고 변호사를 알고 있냐고 물었고, 임 전 사단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함께 근무한 김태효 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알고 있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임 전 사단장은 "2008년 대통령실에 있었지만 600명 되는 인원들 중에 1명이었고 저와 같은 사무실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 출신이고 본인과 골프모임도 자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이종호 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임 전 사단장은 "한 번도 골프를 친 적도 없고 전혀 저 인원은 모른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용의가 있냐는 정청래 위원장의 질문에 "국민적 의혹이 그동안 많이 있었어서 의혹을 해소하고 수사 결과 발표되면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사표를 제출하면 법적 책임을 지는데 불리해지는 것인가, 오늘 사표를 제출할 의향이 있냐는 정 위원장의 거듭된 질문에 "오늘은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청문회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및 경북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어 증인 선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