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권 경쟁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 공격을 시도했다. 한 전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갈등설 부각을 노린 셈이다. '배신의 정치'는 2015년 국회법 개정안 통과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했던 말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원 전 장관이 굳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5년 당시의 유승민과 2024년 현재의 한동훈이 모두 '대통령에 대한 여당 내 비판세력'이라는 포지션에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28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 후보(한 전 위원장)는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이자 친동생 같은 관계였지 않은가"라며 "중간에 (대통령) 인기가 떨어진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배신의 정치, 계산의 정치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다 대선에서 실패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비슷한 과정이었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같은 날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배신의 정치는 성공 못 한다"고 했고, 전날 대구 지역 일간지 <영남일보> 인터뷰에서도 "'배신의 정치'의 종말이 어땠는가,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고 했다. 2015년 당시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시 여야 협상을 주관한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은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 등 수위 높은 표현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전국민적 인지도를 얻었지만,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의 과정이 이어지면서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아직까지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 정치인 중 중도층에는 가장 소구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기반인 강성보수층에서 강한 거부감이 사그라들지 않아 당내 경선마다 줄줄이 쓴잔을 마셨다. 원 전 장관은 한편 자신이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한 데 대해 민주당이 반발하자 "당원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한 말이었다"며 "사법 지연만 없다면 이재명 대표의 다음 대선 출마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관련 수사·재판 지연"을 "법무장관 한동훈의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검찰과 법무행정은 뭘 했는지 울분과 답답함을 느낀다"면서 "대표가 되면 사법지연만큼은 최대한 감시해서 막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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