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지○ 엄마, 고 이향○ 이모입니다. 아이들은 저나 동생의 하나씩밖에 없는 아이, 전부였습니다. 이제 우리 가정에 희망도 미래도 없네요. 참담합니다. 산산조각이 났네요.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아리셀 참사 유가족 김신복 씨
"고 엄정○ 엄마입니다. 진짜 너무 억울하고 분통합니다.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안 오지만, 엄마로서 진짜 열심히 밥을 먹고 있습니다. 꼭 진실을 밝히고 철수해야 하니까요. 애를 저기 차디찬 데 눕혀놓고 있지만, 끝까지, 목숨 닿는 데까지 싸울 겁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 이순희 씨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22일 만인 17일 경기 화성 모두누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 앞에 섰다. 참사 후 처음 공식석상에 선 이들은 사측 아리셀의 '1대1 회유' 작업은 물론 화성시와 정치권의 미온적 대응,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혐오 발언들로 인해 받은 상처들을 털어놨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유가족은 20명이 넘었고, 발언자는 8명에 달했다. 그들이 한 이야기를 전한다.① '1대1 회유' 나선 아리셀
박순권 아리셀 대표이사는 참사 발생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겠다"며 언론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 5일 아리셀 사측과 유족 간 진상규명, 보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교섭이 열렸다. 그 뿐이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아리셀은 유족들의 2차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근해 위자료를 주겠다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합의하면 5000만 원을 더 주고, 합의하지 않으면 회사가 정한 위자료를 공적기관에 공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백지 위임장도 함께 건넸다. 고 김재○ 씨 고모 김신복 씨는 "아리셀이 유가족한테 서류 한 장을 가만히 1대1로 가져다주고 합의해 진실을 숨기려고 하면서 우리를 떠밀고 있다"고 성토했다. 고 이혜○ 씨 사촌언니 여국화 씨는 "제발 아리셀 대표,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며 "유가족 앞에 와서 진실된 사죄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② 희생자 친인척·지인 지원 끊은 화성시
화성시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화성시는 지난 10일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친인척과 지인에 대해 숙식비 등 지원을 중단했다. 시는 재해구호법상 직계존비속이 아닌 친인척과 지인이 재난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같은 법에는 "구호기관이 구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도 재난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돼있다.(☞관련기사 : 화성시 '지원 중단' 통보에 아리셀 참사 유가족 "시장이 해결해야")
김신복 씨는 이에 대해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하려고 뛰어다녔는데, 화성시는 친지들에 대해서는 식대부터 숙박비까지 모든 것을 싹 끊었다"며 "화성시가 처음에는 뭔가를 하는 척 했는데 며칠 안 갔다"고 비판했다. 화성시가 아리셀 사측과 유족 간 2차 교섭 성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 김재○ 씨 고모부 공민규 씨는 "화성시가 아리셀 대표와의 협상을 빨리 진행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움직임이 없다"며 "저희가 시장님 면담 요청을 몇 번 했다. 그러나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③ 화환 뿐이었던 정부와 국회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아리셀 참사로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이병렬 씨는 "처음 여기 왔을 때 자식을 잃었지만 가슴속에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며 "왜냐. 대통령께서 화환을 보내왔다. 국회에서도 화환을 보냈다. 그걸 보고 마음속에 '아 이번에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구나'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까지 (사태 해결에) 아무런 진척이 없다. 왜인가. 정말 미치겠다"며 "제발 좀 이 미친 사람이 제정신 있게 살아가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④ 혐오가 키운 상처
아리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혐오 표현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여국화 씨는 "우리는 대한민국에 와 일을 하며 세금 따박따박 내고 한국의 법을 올바로 지키면서 일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너희는 중국인이니까 중국에 가서 보상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가족을 잃은 아픈 사람들인데, 그 아픈 마음에 또 소금을 친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신복 씨도 "어떤 댓글 보면…"이라고 아리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뒤 "아직도 조카가 집에 들어오는 생각밖에 안 한다. 숨통이 마구 끊어질 정도다. 그런 댓글까지 보면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