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7일 자신이 내놓은 '방송4법 중재안'이 여당 국민의힘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정부로부터는 공식 답변조차 오자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표하면서 오는 25일 본회의부터 상정된 법안을 순차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다. 우 의장의 친정 더불어민주당 등 다수 야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더라도 막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우 의장은 자신이 최초 중재안을 제안한 지 만 1주일째 되는 2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의 중재안 거부를 비판하며 "현재로서는 방송법에서 시작하는 대화와 타협의 길은 막혔다"고 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야당이 중재안을 수용한 지금 빗장은 정부·여당이 열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서 내일(25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우 의장은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야당은 입법 강행과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를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의장의 중재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소모적 악순환을 멈추기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라며 "저는 여전히 이 길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판단하지만 마주치지 않는 손뼉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의장은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을 반영한 국회를 만들 의무가 있고, 앞으로도 가능한 여야 합의로 그 길을 찾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정부·여당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은연중 표현했다. 그는 "여당은 그동안 국회 운영에서 대화와 타협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국회의장에게 야당의 입법 강행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고, 국회의장실로 찾아와 항의하고 농성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막상 의장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책임을 자처해 대화와 타협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자 거부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그는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다. 국회가 바로 그 과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인데, 야당의 안이 마땅치 않으면 정부안을 제시해야 진척이 있고 그것이 국정 책임이지만 정부는 국회를 외면했고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통위의 극단적 파행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여당은 인사권을 구실로 정부에, 그리고 정부는 여야 합의를 구실로 여당에 책임을 넘겼다"며 "(이는) 갈등을 방치하고 방조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며 "시한을 오늘까지로 둔 것인데 마감까지 공식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후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제헌절 경축사에 대해 정부에서 '임기 단축 개헌'으로 오해한다고 해서 (제헌절 이후) 조오섭 의장비서실장이 용산에 찾아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정 실장이) '이 얘기는 여당과 논의하라'는 기조로 얘기한 것 같다"고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제가 제안한 것을 수용하면 수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할 경우 방송법 중재 논의는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되면) 어려워진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 의장은 회견 후 가진 기자 질의응답에서, 방송4법 외에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 재의안이 이튿날 본회의에 상정되면 처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채상병 특검법이 안건으로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처리를 하는 게 맞다"며 "올려진 안건은 다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신임 대표 선출에 따라 국민의힘이 '제3자 추천 특검법' 등 전향적 입장을 낼 수 있으니 기다려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재질문이 나오자, 우 의장은 "국회의장은 각 정당에서 어떤 논의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안건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처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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