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문화방송(MBC) 경영인으로 재직할 당시 '공정방송' 파업에 나선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여론 조작은 '반(反)헌법적 범죄 행위"라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소셜미디어 대응을 위해 한 온라인 매체와 용역 계약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여론 조작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이틀째인 25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지난 2012년 5월 21일 MBC가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 지배사인 '소셜홀딩스'와 2억5000만 원에 체결한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를 공개했다. 계약 체결 시점은 MBC 파업이 110일을 넘겨 장기화에 들어간 때로, 당시 김재철 사장의 법인 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MBC에 대한 대외적인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 의원이 공개한 계약서에는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스토리나 적대적인 스토리가 유포되어 '갑'(MBC)의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 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허브 시스템 구축", "소셜미디어상에 발생하는 '갑'(MBC)에 대한 우호적인 기회 치명적인 위기 요인을 실시간 포착하고 그 민감도에 따라 적시에 정확한 대상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이 계약서 내용이 '특정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이용해서 SNS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겠다', 이런 내용이다. 그냥 단순히 계약해서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고 여론을 조작해서 (사측인) MBC에 유리하게 (하고) 노조를 불리하게 만들고 'MBC 사측이 여론 형성을 해서 주도권을 쥐겠다' 이런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 "(사찰 프로그램) 트로이컷 갖고 내부 통제했는데, 내부 정보를 수집해 통제하고 외부는 이런 계약을 통해서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다.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당시) 민노총 언론노조가 170일, MBC 사상 최장 파업에 들어갔고, 이 170일은 쉽게 이야기하면 1년에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아마 일반 기업 같았으면 회사가 문을 닫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파업은 공정방송 파업이라고 대법원에서도 인정한 파업"이라며 "그런데 그 파업을 무력화하고 공격하기 위해서 거액을 들여서, 용역을 들여서 노조 파괴 공작 아니면 여론 형성을 불법적으로 한 것이다. 이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저희는(MBC 사측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기 관리 계약을 맺었던 것"이라며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맞섰다. 이 의원은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의 최근 언론 인터뷰 내용,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 와서 계약을 중도에 해지했다.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착수금을 반환했다'는 발언을 PPT로 제시하며 "공 전 대표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금 얼마나 힘들겠는가. 저걸 공개적으로 얘기하기가. 그런데도 인정을 안 하나?"라고 다시 물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저희는 회사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며 당시 MBC 경영진의 여론 조작 시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공 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둘러싸고 이 의원과 이 후보자 간 위증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공 전 대표가 언급한 '무리한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추궁했다. 황 의원은 이 후보자로부터 "공 대표와 만나 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낸 뒤, "MBC 노조를 비방해 달라고 하면서 착수금 6000만 원을 지불했고 일정 기간까지 매월 2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비방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황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 어떤 요구를 했나? 가계정 만들어서 뭘 해 달라고 했나?"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당시) 회사 경영진의 입장은 거의 보도가 안 됐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경영진의 입장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그 방안을 연구(해달라는 것)"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MBC 파업이 한창이던 때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계속 여론에 나와 있었고 여론이 불리해지기 시작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당시)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온라인 여론조작에 직접 나선 것 아니냐"며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댓글 여론 조작이 중벌을 받았다. (여론 조작을 시도한 이 후보자가) 통신이용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직의 지시자가 (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도 이훈기 의원 말대로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자를 향해 "수사를 받을 (의향이 있나), 의혹 털어낼 생각 있느냐"고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 후보자는 MBC 구성원 사찰 논란을 야기한 '트로이컷'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금 트로이컷에 대해서 저희는(경영진) 사내 보안 프로그램이라고 규정을 하고 야당 위원들은 사찰 프로그램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며 "만약 사찰 프로그램이었다면 저나 임원들도 그 프로그램을 설치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우리(MBC) 인트라넷까지 해킹을 당하고 또 사장 법인카드 내역까지 유출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했던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트로이컷 사찰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양손으로 시각자료를 들어 야당 청문위원들로부터 '피켓 시위'라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이훈기 의원의 질의를 끊고 준비한 자료 두 개 양손에 나눠 들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질의를 잠시 끊고 후보자에게 "내리라"며 "피켓 투쟁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권위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는 후보자가 있었나"라며 이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피켓 시위가 아니라 자료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질서 유지와 관련한 위원장의 직무를 규정한 국회법 49조에 따라 정식으로 후보자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결국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소동이 일단락됐다. 최 위원장은 "트로이컷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에 제보가 들어왔다"며 "2016년 대법원이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한 MBC 정보콘텐츠 실장은 벌금형을 확정했고, 판결문에서 김재철 사장,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 등은 공동 불법행위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어진 민사재판에서 이진숙, 김재철 등 당시 MBC 간부 4명에게 1865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졌는데 이것은 대법원의 판결로 유죄가 확정됐다"고 전했다.
"이진숙의 '좋아요' 연좌제·'손가락 운동' 발언, 명백한 조롱…사과해야"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전날 '5.18 폄하 SNS글'에 '좋아요'를 누른 데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연좌제와 '손가락 운동'을 언급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황정아 의원은 "어제 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글에 '좋아요'를 누른 맥락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이 후보자가) '좋아요 연좌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는데, 명백한 조롱"이라며 "어떻게 그런 뻔뻔스러운 말을, 그것도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입에 담을 수 있는지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두환의 자국민 학살, 그 이후 이어진 탄압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 영령과 유가족들이 연좌제로 고통받고 있는가"라며 이 후보자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별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5.18 희생의 무게가 '손가락 운동'만큼의 무게인가"라며 연거푸 사과를 요구했고, 이 후보자는 그제야 "그 용어에 대해 사과드린다. 취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전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해고 후 지병으로 세상을 뜬 고(故) 이용마 기자를 향해 "사죄한다"고 말한 점을 들어 이 후보자에게도 사죄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이 자리에서 이용마, 우리 후배 기자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해고와 이 기자의 사망을)그렇게 연결시키는 것은…"이라며 얼버무렸다. 정 의원이 거듭 답변을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후배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죄'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진숙이 방통위원장이 되는 것은 나라의 비극이다. '한국의 괴벨스'를 우리는 앞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오히려 괴벨스라는 용어를 저에 대해서 쓰신 부분에 대해서 정말 유감스럽다"고 받아쳤다. 전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이용마 기자의 죽음에 대해 사죄할 생각이 없느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례 때 조문했느냐"는 질문에는 "조문은 못 했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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