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오는 9월 시행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후에 해당되는 내용이며, 저소득층 가정도 비용 부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서울시 구상을 두고 가사관리사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가능하도록 별도 비자 신설을 요청하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 공문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저소득층의 이용이 어려워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범사업 이용료는 하루 4시간 기준 월 119만 원, 8시간 기준 매달 238만 원으로, 일부 가정에서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자 서울시가 임금을 낮출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9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우리가 법무부에 건의했던 것은 가사관리사들을 전문성이 있는 '가사사용인'으로 인정해 각 가구‧개인과 일대일로 계약해서 전문가로 활동하도록 E-9 비자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9월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비전문 취업 비자인 E-9 비자를 받고 지난 6일 입국했다. E-9 비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적용을 받아 최저임금이 보장된다. 그런데 현행법상 '가사사용인'은 사인 간 직접 고용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직종이라, '가사사용인'으로 인정받을 경우 E-9 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 관계자는 "E-9 비자는 인력 규모가 정해져 있어 인력 공급 확대가 어려운 반면, 전문 취업비자인 E-7을 적용하면 외국 인력이 희망할 경우 전문가로 얼마든지 국내에 올 수 있어 인력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내년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 폭도 넓어지고 비용이 당사자 간에 조정이 가능해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만 "E-7 비자가 적용돼 각 개인이 고용한다 하더라도 사용인이 높은 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면 금액이 오를 수밖에 없으니 최저임금선을 깨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입국한 분들은 이미 E-9 비자가 적용돼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무관한 내용"이라며, 시범사업 이후에 해당하는 내용임을 강조했다. 서울시와 함께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함께 관할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기 전 실무진 선에서 공유하던 내용이라 인지하고는 있다"면서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E-7 비자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일각에서 "인권 침해 발생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노동자 인권 전문 변호사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고용허가제도(E-9)는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송출이 이루어져 브로커 비용 등이 발생할 여지가 없고, 외국인근로자고용법상 1년에 1회 이상 사업장을 지도점검 하도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의무를 부과해 인권 침해가 어느 정도는 예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가 발급하는 E-7 비자는 송출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어 브로커 비용이 이주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사업장 지도 점검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고용허가제도의 틀에서 벗어난 법무부 주도의 이주인력정책의 여러 부작용이 이미 불거진 상황에서 가사노동 영역까지 (E-7 비자를) 열어 놓을 경우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국가라는 오명을 듣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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