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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핫한 둔촌주공 전세가 반값? 더는 신기한 뉴스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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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핫한 둔촌주공 전세가 반값? 더는 신기한 뉴스가 아니어야 한다 [경제뉴스N시선]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주거정책에 브레이크 필요

"둔촌주공 반값으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2 공급(24.07.11 국민일보)

둔촌 주공 재건축 300채, 신혼부부에 '반값 전세'(24.07.11 동아일보)

"나 임대주택 살아" 쉬쉬 옛말…"무자녀도 둔촌주공 장기전세" 실효성은[부릿지](24.06.14 머니투데이)

그 핫한 '둔촌주공' 전세가 반값이라니…대기업 직장인 '두근'(24.07.10 한국경제)

서울시가 저출생 극복 대책으로 '장기전세주택Ⅱ'를 내놓았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구 둔촌주공) 300세대가 첫 공급 물량이다. 무자녀 신혼부부에게 150세대(전용면적 49㎡), 유자녀 부부에게 150세대(전용면적 59㎡). 평소 공공주택 관련 보도를 자주 하지 않던 언론이 일제히 '반값 전세'에 관심을 나타냈다. 기사 제목에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고 하지 않고 하나같이 '둔촌주공'이라고 표현한 점도 재미있다.

장기전세주택Ⅱ가 관심을 모은 이유

장기전세주택이 공급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07년에 최초로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했다. 다자녀 가구나 저소득층 가구에 주로 공급되는 원래의 장기전세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시세의 80%로 정해져 있고, 최대 20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보증금 인상 폭은 최대 5%로 제한된다. 아무리 봐도 장기전세주택은 입주자에게나 사회 전체에나 정말 좋다. 주거 안정과 임대료 절감은 기본이고, 갭투자 수단이 될 일이 없고, 전세 사기 걱정도 없고, 시세차익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공공이 집주인이 되는 순간 전세제도의 문제점들 대부분이 사라진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는 소득 및 자산 보유 기준이 기존대로 적용되는 장기전세주택Ⅰ가 746세대 있다. 장기전세주택Ⅱ 300세대를 합치면 1046세대. 전체 85개 동에 총 1만2032세대로 재건축이 이뤄진 단지에서 공공임대주택이 1046세대면 너무 적은 걸까, 너무 많은 걸까? 너무 많다고 답한 분들은 정부가 둔춘주공 재건축 과정에서 대출 규제 완화 등 '둔촌주공을 위한 조치'를 얼마나 많이 시행했는지 찾아보시길. 특히 장기전세주택Ⅱ는 월 소득 900만 원이 넘는 무자녀 맞벌이 부부도 신청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젊은 신혼부부에게 불리한 무주택 기간 가점을 폐지했다. 2인 가구 기준 전용 39㎡로 제한되던 면적도 49㎡로 늘렸다. 무엇보다 보증금이 저렴하다. 전용 49㎡ 3억5250만 원, 전용 59㎡ 4억2375만 원으로 현재 시세(8월 12일 네이버부동산 호가 기준으로 전용 49㎡ 5억8000만 원~6억5000만 원, 전용 59㎡ 7억7000만 원~9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SH공사가 홈페이지에 발표한 장기전세주택Ⅱ의 청약 접수 경쟁률. ⓒSH공사
반값 전세로 시작해서 10년 동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자녀 1명만 출산하면 거주 기간은 최대 20년으로 늘어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공공주택이었다. SH공사가 발표한 경쟁률은 59.8대 1. 참고로 8월 말에 광진구(177호), 은평구(33호) 등 장기전세주택Ⅱ 모집 공고가 또 나온다고 한다.

반값 장기전세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런데 반값 수준의 전세보증금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동안 각이한 유형의 공공주택은 시세의 80~95% 선에서 공급되었다. 다가구 매입임대의 경우 LH가 시세의 30~40% 수준으로 공급하기도 했지만, 아파트에서 반값 공공주택은 보기 드물었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 조합이 용적률 혜택을 받을 경우 상향된 용적률의 50%(지자체별, 사업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만큼 지자체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이런 의무를 싫어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물량을 줄이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쓴다. 그런데 조합이 싫어하는 이 제도가 바로 올림픽파크포레온 장기전세주택 공급이 가능했던 비결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공공기여로 임대주택을 확보했다. 부속 토지는 기부채납한 것으로 하고, 건물값은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계산되었다. 서울시는 총 1046채를 평당 4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확보했다. 반값 임대료의 결정 과정은 <언더스탠딩> 채널에서 상세히 알려준 바 있다. 분양공고를 앞둔 시점에 임대료조정위원회가 둔촌주공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를 조사했더니 49㎡ 기준으로 4억6000만 원이었다. 이 금액을 기준 시세로 놓고 75%를 적용한 결과 둔촌주공 장기전세주택 49㎡의 임대료는 3억 5250만 원이 되었다. 그런데 둔촌주공 분양공고 이후 전세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시세 대비 장기전세주택 임대료가 더 저렴해졌다. 서울시가 싸게 매입해서 시민에게 싸게 공급했다면 좋은 일이다. 원래 공공주택은 저렴해야 한다. 이번에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은 저렴한 데다 장기 거주가 가능하니 출산율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주거가 해결된다고 반드시 출산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지만, 주거 해결 없이 출산율 제고는 불가능하다.

8.8 부동산대책 – 사적 이익의 극대화?

장기전세주택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에만 공급된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정부는 왜 장기전세주택을 전국으로 확산할 생각을 안 했을까? 2021년에 정부가 한시 사업으로 '공공전세주택'을 공급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 '공공전세주택'이라는 것은 민간의 다세대‧오피스텔 신축 물량을 약정 매입해서 수요자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형태였다. 민간사업자에게는 사업자금의 90%까지 저리 대출을 보증하고 다양한 세제 혜택도 제공했다. 매입 가격은 기축 매입보다 비쌌고 공기업이 직접 건설하는 것보다도 비쌌다. 이름은 '공공전세주택'이었지만 사업의 공익에 비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비대칭적으로 많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 부동산대책)은 이 방향으로 더 많이 나갔다. 비아파트 신축 주택 2.1만호+@로 무제한 매입! 건축업자들이 빌라나 오피스텔을 지으면 공공이 나서서 전부 사주겠다는 것이다. 누구 말처럼 집이 빵도 아닌데, 집을 무제한 매입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지난 8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부. ⓒ국토교통부
핵심은 매입 여부가 아니라 가격이다. 정부는 업자들에게 지불하는 매입가격을 올려주겠다고 했다. 정부의 공식 문서에는 '정부지원단가 현실화'라고 완곡하게 표현된다. 기존에도 비싸게 매입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대체 가격을 얼마나 올려주겠다는 것인가?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도 않는다. 이제부터 빌라 신축은 리스크가 없는 사업이 된다.

재건축‧재개발의 공공기여를 줄여주자?

8.8 부동산대책에는 재건축과 관련된 내용도 많다.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의무 물량 축소, 임대주택 지자체 매입 가격 인상. 그도 모자라 초기자금 융자도 구역당 50억 원씩 지원하고 1주택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준다.
▲지난 8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부. ⓒ국토교통부
8.8 부동산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해결해 주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 문서에 수록된 내용이 모두 실행된다면 앞으로 둔촌주공 장기전세주택 같은 인기 공공주택이 1000세대 단위로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장기전세주택이 계속 공급된다 하더라도 공급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 재건축 조합의 임대주택 의무 물량을 줄여주기 위해 '보정계수'를 도입하고 지자체 매입 가격도 1.4배 올려준다고 발표했다. 이 '보정계수'라는 것은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확한 산식도 알려주지 않는다. 공익과 사익이 상충하는 지점인데 그냥 깨알 같은 글씨로 두 줄짜리 설명만 넣어놓았다. 보정계수가 1~2라는 설명을 바탕으로 짐작하건대 공시지가가 서울보다 싼 지역의 임대주택 물량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공시지가가 서울보다 싸면 임대주택을 적게 공급해도 된다고 누가 정했나? 재건축을 용이하게 하겠다며 발표된 이 모든 정책은 실제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을 지탱하거나 끌어올린다.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비싼 집값과 전세값 때문에 허덕이는 시민에게는 손해가 되는 정책이다. 반값 전세에 흥미를 가지고 보도했던 언론들이 이런 지점에도 주목해서 날카로운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재건축은 건설사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었고 개개인에게는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강남과, 목동 평촌, 성남, 일산 재건축 소유자들은 수십 년 동안 차례를 기다렸으니 이제 자신들이 돈을 벌어들일 차례라고 여긴다(모든 소유주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성 부족한 민간 재건축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여를 줄여주고 갖가지 혜택을 주는 것이 말이 되나? 아니, 그전에 사업성 부족한 민간 재건축을 대체 왜 ‘활성화‘해야 하나? 윤석열 정부가 좋아하는 시장 논리로 따지면 그럴 이유가 없다. 재건축을 꼭 해야 한다면 소수 집주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방법이 아니라 다수 국민에게 도움 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재건축의 공공기여는 축소가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 그 이유는 둔촌주공 장기전세주택이 보여주고 있다.

공공주택에 대한 무관심, 누구에게 좋은가?

건설사들은 대체로 공공주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공주택이 늘어날수록 민간건설사들의 사업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료들도 공공주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퇴임하면 민간 건설업계와 연관된 곳으로 갈 수도 있는데 공공주택 발전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막강한 자금 배분 권한을 가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도 공공주택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처럼 힘을 가진 세력들이 공공주택을 등한시하고, 언론 역시 공공주택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렇게 공공주택에 대한 무관심이 조장된다. 물론 선거철에는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반짝 공약이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 정권이든 임기 초에 공공주택을 몇만 호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는다. 집권 중반쯤 되면 공공주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공공주택은 인기 없는 정책일까? 어떻게 보면 그렇다. 그러나 공공주택은 사회적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공공주택을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지난 7년 동안 주택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공공주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공공주택 전문 유튜버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변화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정책은 아직 변화의 조짐이 없다. 지난 1.10 부동산대책은 시민에게 인구감소지역의 세컨드홈을 매입하라고 권했다. 이번 8.8 부동산대책은 시민에게 서울 비아파트 매입을 권한다. 매번 이렇게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는 것에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시민이 부동산정책을 비판적인 눈으로 읽고 공공주택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신축약정 매입임대주택 관련해서는 어떤 지적이 있는지 시민이 낱낱이 알게 되면 정부 정책도 바뀐다. 그럴 때 반값전세 공공주택은 더는 신기한 뉴스가 아니게 된다.
▲서울시는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Ⅱ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 300세대를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모집했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이른바 '시프트'로 불리는 오세훈표 주택정책의 대표 브랜드인 장기전세주택의 두 번째 버전으로 출산 또는 결혼을 계획 중인 신혼부부에게 안정적 주거와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파격적 저출생 대책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SH공사에 현장 접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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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livetogethe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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