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를 받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은 민선(民選) 교육감의 재량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인 좌세준 법무법인 한맥 변호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보'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교육자치 시대 교육감이 갖는 지위와 권한의 '민주적 정당성'은 교육감이 주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었다는 데서 나온다"며 "자신의 교육 철학과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좌 변호사는 따라서 "교육자치 시대 민선 교육감의 지위와 권한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자치 30년을 맞는 2021년 12월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특별채용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교육 자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좌 변호사는 특히 조 교육감 재판의 발단이 된 '교사 해직 사건'에 대해 "정치 활동이 금지된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것"이라며 "이 해직 사유가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한 해직교사 5명은 모두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 때문에 해직됐다.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고 당연 퇴직했으며,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반대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가 해직된 뒤 2007년에 사면 복권됐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 즉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1960년대 제2공화국 당시 개정된 헌법 제7조 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에 근거한 것이다. 또 박정희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공무원의 정치행위와 집단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새로운 국가공무원법(제65조 1항과 2항) 제정에 따른 것이다. 좌 변호사는 "경제혁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8개국 중에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군사 독재자가 박탈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 악법을 근거로 교사를 해직하고, 그들을 구제한 교육감을 단죄하는 역사적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 변호사는 조 교육감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1·2심 재판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법원은 이 사건 특별채용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법원은 이 사건 특별채용 대상인 5명의 해직교사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률의 제약 속에 벌금형의 처벌을 받고 해직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 이들을 특별채용을 통해 복직시키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의 회복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고도 상당한 조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 제31조 4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으로부터 교사가 정치적 표현이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무'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헌법의 주요 기능은 국민에게 기본적 인권을 규정하고 보장하는 권리장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헌법이 금지의무를 규정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내용의 헌법 제31조 4항은 헌법 제7조 2항 및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함께 공무원의 정치운동·정치적 행위 금지 조항과 함께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근거규정으로 인용되는 법률 중 하나다. 좌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권한 행사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서울시교육감이 해직교사 복직이라는 공적인 가치를 실현한 것이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가 문제인 사건"이라며 대법원이 1심과 2심 판결이 간과한 직권남용죄의 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연 "해직 교사 복직, 사회적 화해 위한 것이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조 교육감이 예고 없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 교육감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시민으로서 교사와 교육자로서 교사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향유 방법과 이에 따른 우려 해소 방안으로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란, 1976년 서독의 보수, 진보를 대표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정립한 원칙으로, 강압적인 교화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인 판단을 중시하고, 논쟁적 주제는 수업 중에 다양한 입장과 논쟁상황이 드러나게 하며 학생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3대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조 교육감은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조국혁신당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에는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법치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해직교사 복직이) 사회적 화해를 위한 것이었다. 행정적 사안이 사법적 사안이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10월에서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의 채용을 내정한 채 특별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2023년 1월에는 1심 재판부로부터 직권남용죄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1월에는 2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만약 오는 26일 열리는 3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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