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초등학교 1학년 하영이가 내게 던진 이 말에 나는 내가 선택했던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더 없이 좋았다. 당시 80만 원 받았던 한달 급여는 내가 있던 교육운동 시민단체 구성원이였던 자원봉사자, 야학 학생들,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내주시는 후원금이였고, 아이들 먹일 급식비조차 지원받지 못해서 가스 버너에 떡만두국 한 솥 끊여 함께 나눠 먹었던 일이 아동복지 현장에서의 첫 걸음이였다. 동네의 유일하게 아이들이 올 수 있는 곳이 공부방이였고, 아이들에게 좀 더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와 제대로된 배움을 가르치고, 길거리에 떠도는 아이들에게 놀고 쉴 수 있는 곳이 되어 주고 싶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고, 처음 받아본 아동복지시설 신고증과 처음 받아본 2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에 눈물이 났다. 지난 2003년 12월 19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되고, 2004년 1월 29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공포되고 7월 29일 시행되면서 지역에서 삼삼오오 종교기관, 시민단체, 야학 등에서 운영하던 공부방들은 '지역아동센터'라는 아동복지시설로 제도화되었다. 만 20년이 지난 올해 지역아동센터는 '(가칭)늘봄센터'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하고 다양한 학교 밖 돌봄시설(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을 (가칭)늘봄센터로 통일하여 '늘봄'을 초등 돌봄 브랜드로 일원화(2025년부터)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 지난 7월 1일에는 저출생뿐 아니라 고령사회 대응,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전반을 포괄할 수 있도록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초저출생 시대에 당면한 아동 인구 감소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더욱 세분화되고 구체화되어가고 있다. 늘봄학교가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교 자녀들의 방과후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요한 국가 정책이 되었고, 지역아동센터는 그동안의 가난한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낙인감에서 벗어나 늘봄학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저출생이라는 심각한 문제 앞에서는 어쩌면 '기회'보다는 아이들을 놓고 학교와 유사 돌봄 시설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 전국에 지역아동센터는 2022년 12월 기준 4253개소에 이용 아동은 10만5210명이고, 같은 보건복지부 사업인 다함께돌봄센터는 2023년 12월 기준 1048개소에 이용 아동 2만5637명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상 52조(아동복지시설의 종류) 8항에 의거 아동복지시설로, 다함께돌봄센터는 동법 제3절 방과후돌봄서비스로 44조의 2 (다함께돌봄센터)로 명시되어 있다.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의 경우 청소년기본법 제3절 방과후돌봄서비스 지원에 의거하고 있다.
위와 같이 3개의 시설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 상이하다보니 (가칭)늘봄센터로 브랜드 통합 추진에 대해 현장에서는 그동안 분절적이였던 초등돌봄체계를 일원화하고 잔여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에 반해 단순 '늘봄'이 명칭의 통합에 그친다면, 기간 지역아동센터 역할과 기능, 존재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늘봄'이 국가 책임의 교육·돌봄체계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의 늘봄학교는 근거 법령이 없기에 (가칭)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도 빠르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존 학교 밖 돌봄시설에 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법령 개정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돌봄과 달리 지역사회라는 돌봄의 특성을 가지고 사회복지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기반을 두어야 한다. 또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주배경, 다문화, 경계선 지능 아동, ADHD 등과 같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에게 대한 돌봄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가칭)늘봄센터로 통합이 가시화된다면, 지역아동센터 4253개소, 다함께돌봄센터 1048개소, 방과후청소년아카데미 355개소로 전국 5656개소로 단일 시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 통합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과제들이 있고, 다양한 세부사항들은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관계 기관 현장이 모여 치열하게 논의하고 소통하는 속에서 만들어져야 할 실질적인 내용들이 많기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아동센터의 이름이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한 그 의미를 떠나 가장 큰 아쉬움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 묻고 소통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접하고, 발표된 내용 이외에 아무런 세부적인 사항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그동안 지역아동센터의 아동 돌봄은 지역사회에서 마을 속에서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냈던 지역사회 공동체 활동으로써 의미가 컸다. 늘 부족한 일손은 자원봉사자로 채워졌고, 모자란 자원은 지역사회에서 십시일반 모아주는 후원으로 이뤄졌으며,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들을 보냈던 학부모, 지역아동센터에서 성장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로 학부모로 후원자로 늘 함께 해주었기에 지난 20년의 아동 돌봄이 가능했다. 특히나 아동들이 함께 스스로 돌봄이 주체가 되어 권리를 옹호하고, 시설 운영에 참여하고, 다양한 활동의 중심에 있었기에 대상화된 돌봄 수혜자가 아닌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의미는 빛이 날 수 있었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년 넘게 키워낸 아이들이 고난했던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왔던 많은 이들을 기억해 줄 것이다. 이제는 공적 초등 아동 돌봄이 확대되고, 보편적으로 누리게 되는 권리가 되는 길에 지역아동센터 이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역할에 우리는 집중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민간에서 시작한 지역사회에 가장 촘촘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단 한 명의 아동도 소외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며 아동들의 성장과 돌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지난 20년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아이에서 어른들 된 수많은 이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애써주신 이들에 대한 마지막 사회적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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