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족들이 삼성에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에스코넥은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1차 협력업체로, "아리셀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운영해 온 에스코넥이 이번 중대재해 참사의 주범"이라는 점에서다. 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23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등 38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지분 96%를 소유하고, 운영자금도 대고, 영업과 매출을 담당하며 실제 운영과 관리를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에스코넥과 그 대표 박순관은 삼성전자, 삼성SDI의 협력사로서 삼성이 협력사에게 요구하는 노동인권, 안전, 환경 경영 등 행동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두 삼성그룹 계열사의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언급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행동규범'에는 협력업체가 준수해야 할 사항과 관련 "안전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근로자들은 적절한 설계, 엔지니어링 및 행정적 통제, 예방적 차원의 유지 관리, 안전한 작업 절차 구축을 통해 파악, 평가 및 통제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쓰여있다. '삼성SDI 파트너사 행동규범'에도 "파트너사는 적절한 설계, 엔지니어링 및 행정적 통제, 예방적 차원의 유지 관리, 안전한 작업 절차(잠금장치, 보호장치) 구축을 통해 안전 및 보건 위해요소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근로자들을 파악, 평가 및 통제해야 하며 지속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이 두 문서에는 행동규범을 위반한 협력업체와 계약 중단 혹은 해지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유족과 단체들은 "아리셀, 에스코넥 대표 박순관은 그 어떤 안전 관리도 한 것이 없었다"며 "위험 업무를 시키면서도, 비상대피훈련도, 비상구 확보도 안전교육도 없었다. 초기 화재를 진압할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협력사에게 말로만 윤리경영, 안전경영을 요구하는가. 삼성은 아리셀 참사의 실질적 책임기업 에스코넥과 지금 당장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리셀 연구소장이었던 고(故) 김병철 씨 배우자 최현주 씨는 "아직도 참사가 일어난 6월 24일에 살고 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박순관 대표 집, 노동청, 도청 안 가본 곳이 없다. 에스코넥도 가봤는데 너무나 평온하더라. 모든 사람이 원래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생전에 남편에게 들은 말이 기억난다. 에스코넥은 삼성이 오늘이라도 거래를 끊으면 망할 회사라고 했다. 그만큼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이나 노동부의 발표보다도 삼성의 결정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삼성이 일류기업이라고 외치고, 윤리경영이라고 외치는 기업이라면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동곤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장은 "삼성SDI 사측이 동반살인을 할 것이 아니라면 반노동, 비윤리적 기업 에스코넥과 거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에스코넥은) 삼성SDI 파트너사 기준 미달이며, 삼성의 망신"이라고 질타했다. 회견이 끝난 뒤 유족과 참가자들은 '삼성은 협력사 행동규범 지켜라',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삼성전자 사옥을 돈 뒤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1차전지가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후 유족들은 아리셀에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교섭을 요구 중이지만, 지난 7월 4일 한 차례 만남이 있었던 뒤 사측이 불응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참사 전 아리셀이 납품 지연이 발생하자 무리하게 공정을 가동했고, 비숙련공을 주요 공정에 대거 투입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상구 설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박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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