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사상 최초 '반쪽' 광복절 경축식 사태 이후 다소 잦아드는가 했던 정치권의 '친일' 논쟁이, 지난 23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1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염수 방류 1주년이 됐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며 '야당의 괴담'이라고 선공을 가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가 나서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 착수"를 지시하며 맞불을 놓으면서다. 광복절 이후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일본'이 또다시 정치 이슈 한복판에 소환된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윤석열 정권이 정부 부처 전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독도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독도 지우기 행태에 대해 당내에 진상 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한 대변인은 그 배경에 대해 "최근 안국역, 잠실역 등 서울 지하철 역사에 설치되어 있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데 이어 전쟁기념관에서도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고 설명하며 "서울교통공사는 '승객들의 동선에 방해된다'는 이유를 댔고, 전쟁기념관은 '노후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에 불과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일관되게 독도를 지우기 위해 애써왔다"며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는 군 정신교재에서의 '분쟁지역' 표현, 독도방어훈련 실종, '일본해' 표기 방치, 공공기관의 독도 조형물 철거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며 "이런 부분들이 과연 공공기관 하나, 전쟁기념관 하나에서 자체 판단하고 했겠는가 하고 많은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는 독도 조형물 철거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독도 지우기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굴욕적 강제징용 문제 접근 이후부터 우리 정부의 저자세 대일외교 기조가 끊임없이 지속됐다"며 "예전에 대통령실에서 '우리가 물 반 컵을 채웠으니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울 것'이라고 했는데 채웠나? 깨부수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온다고 하는데, 일본은 독도를 자기 영토로 하려는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고 일본 위안부 강제성 문제도 인정 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광복절 이후 정치권에서는 '반쪽 경축식'과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대통령 경축사와 관련해 여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일본 관련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TV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사 사과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실언성 발언을 하고 대통령실이 그 해명 과정에서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쌓였다"고 해 추가 설화를 빚은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재명 대표의 '독도 지우기 진상파악' 지시는 야권이 주도해온 친일 프레임 공세의 스펙트럼을 한 칸 더 넓히는 차원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해서도 연일 논평을 내어 정부·여당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용산 "후쿠시마 괴담" 규정에…野 "대체 무슨 근거로?")
특히 광복절 경축식 및 '중일마' 논란에서 수세에 몰렸던 정부·여당이 반격 소재로 들고나온 것으로 보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과연 '반격 소재'에 적합한 이슈였는지도 의문이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3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년을 맞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리서치뷰, 15~19일 1000명 대상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76.2%가 여전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고 있고 '오염수 투기가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73.6%로 나타나는 등 여론 지형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여전히 정부·여당에 불리한 경사면에 있기 때문.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9월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설에 대해 "기시다 총리 방한은 일본과 협의 중이며 추후 결정되면 공지하겠다"고 '협의 중'임을 확인했다고 <연합뉴스>가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 방한이 성사된다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열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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